소문 무성한 레고랜드! '레고 덕후' 아이 엄마가 직접 다녀와보니…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유독 레고를 좋아하던 소위 '레고 덕후'였다. 로봇이나 자동차같이 또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모두 제치고, 지금까지 레고는 아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블록을 만들고 노는 것을 즐긴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역시 좋아하는 레고 선물을 받기 위해 산타 할아버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찾는다. 그런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지난 5월 우리나라에 레고랜드가 개장한다는 소식은 나에게도 큰 기대와 설렘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개장 후 얼마 동안은 레고랜드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미리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로 (주말의 경우) 레고랜드로 들어가는 차선이 훨씬 전부터 꽉 막혀 옴짝달싹도 못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놀이 기구를 이용할 때도 기다림이 어마어마했는데 기다린 시간 대비 볼 것도, 탈 것도 실망스러웠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가 최근 레고랜드에 레고로 만든 거대한 트리를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체 없이 출발하게 되었다.
날이 추운 겨울이다 보니, 가는 길은 예상보다 한산했다. 사실 한산하기보다는 혹시 운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레고랜드로 들어가는 도로가 텅 비어 있었다. 게다가 하중도로 들어가는 다리에 여기저기 지역민들이 붙여 놓은 것으로 보이는 플랜카드들이 스산하게 나부끼고 있었다. 대부분 레고랜드 시공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내용들이었는데, 이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놀이동산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어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생각보다 컸던 주차장에는 차들조차 별로 없었다. 주차장과 레고랜드의 거리가 꽤 멀었는데 다행히 대형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레고랜드 입구까지 가는 동안에도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이 느껴지는 항의 문구들이 가득했고 버스도 일반 고속버스 형태이다 보니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레고 무늬가 있는 아기자기한 버스와 레고랜드의 지도가 있는 안내문 등을 기대했던 입장에서 출발부터 시큰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레고랜드에 도착하고 나니 막상 아이는 눈앞에 보이는 작품들이 꿈만 같다면서 좋아했다. 사실 워낙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레고로만 이루어진 공간 자체가 기대 이상이었던 듯했다. 3D를 이용한 첨단 기술의 어트랙션을 타고, 유아와 어린이로 나누어 놓은 드라이빙 공간에서 직접 운전도 해보고, 레고 시리즈를 현실화 한 놀이터에서 뛰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시설물의 절반 가까이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어 놀 수 있는 공간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한두 살만 더 먹게 되더라도 금방 시시해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식당이었는데 밖에서 음식을 가지고 들어올 수도 없어 무조건 사 먹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식사 메뉴가 너무 부실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식당이 두 곳 밖에 운영되고 있지 않아 식사 시간에는 사람이 몰렸는데 딱히 선택이라고 할 수 없는 음식들을 골라야 했지만 가격은 비싼 편이었다. 대부분 테마파크 내 식당들이 가성비를 기대하기 힘들기는 하나 레고랜드는 더욱 음식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도 직원들은 친절했고, 여기저기 레고로 만든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을 구경하다 보면 작은 공간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부품 하나하나가 워낙 작은 크기이다 보니 그것들을 모아 거대하게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을까 생각하면, 각종 기구들로 넘쳐나는 다른 테마파크와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말해 정말 레고에 의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놀라움과 감탄이 터져 나오기도 하는 곳이다. 다만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던 지역민과의 충돌, 공사비와 관련한 이슈 등 다양한 문제들이 레고랜드의 진가를 가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레고랜드가 채무를 모두 갚고 지역민들과 대화의 장을 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반가웠다. 물론 레고랜드 자체만 보면 시설 정비, 식음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운영에 관한 부분은 둘째 치고라도 먼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자체와 주민들이 서로 잘 정리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다시 레고랜드에 가는 날에는 더 많은 경험과 좋은 기억들이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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