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또 다른 우주, 심해

2022. 12. 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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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서해, 남해, 동해가 다 같은 바다가 아니라 제 각각 특성이 다르다.

우리나라가 관할하는 동해 해양 영토의 가장 깊은 곳은 3000m 가까이 된다.

우리바다를 잘 알기 위해서는 동해처럼 깊은 바다를 탐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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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서해, 남해, 동해가 다 같은 바다가 아니라 제 각각 특성이 다르다. 서해는 평균 깊이가 약 45m로 수심이 얕고 광활한 갯벌이 잘 발달해 있다. 남해는 섬이 많은 다도해이며, 해안선 굴곡이 심하다. 동해는 수심이 가장 깊은 심해다. 우리나라가 관할하는 동해 해양 영토의 가장 깊은 곳은 3000m 가까이 된다. 동해 전체로 보면 최대 수심이 4000m나 된다. 깊이로 보면 동해는 가히 세계의 대양과 견줄 만하다. 그래서 해양학자들은 동해를 ‘대양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다양한 바다를 모두 가진 나라는 드물다. 우리바다를 잘 알기 위해서는 동해처럼 깊은 바다를 탐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지난 7월 세계인은 다시 한 번 우주의 신비에 감탄했다. 그동안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보던 우주의 모습과는 한 차원 다른 선명한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시력이 나빠 흐리게 보던 풍경이 눈 수술 후 선명하게 보일 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었다.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나 성능이 뛰어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덕분에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더 먼 우주를 더 또렷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우주 탐사에는 로켓, 우주선, 우주망원경처럼 최첨단 장비가 필요하다, 심해 연구도 마찬가지다. 최첨단 장비와 전문가 그리고 많은 재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없다. 누가 더 깊은 바다를 탐사할 수 있는지는 해양과학기술 역량의 한 척도가 된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소위 과학기술강국만이 수심 6000m 또는 그 이상 깊은 바다로 과학자를 내려보낼 수 있는 심해유인잠수정을 갖고 있다. 중국은 심해 탐사 경쟁에 가장 늦게 뛰어들었지만 지금 가장 선두로 나서고 있다. 20여년 전 중국 칭다오에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KCJORC)를 개소할 때와 비교하면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 토끼와 거북의 경주를 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주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는 과감한 투자와 항공우주청 설치로 항공우주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우주경제 비전 선포를 했다. 항공우주청은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해양 분야에도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같은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2008년 과기부 산하에서 환경부 소속으로 이관됐다. 해양과 대기는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해양은 기상 현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상과 해양은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는 체제가 효율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가뭄,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를 일으킨다.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라 더 강한 태풍이 자주 발생한다. 기상예보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해양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얻어야 정확한 기상예보가 가능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해양에서 데이터를 얻는 일은 쉽지 않다. 선박을 이용하던 예전 해양관측 방법이 인공위성, 수중글라이더, 자율잠수정 등 다양한 최첨단 장비를 활용한 방법으로 바뀌고 있다.

지구 밖 우주 탐사 과정에서 많은 기술이 개발됐듯이 해양 탐사와 관측을 위한 장비 개발 과정에서도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우주 개발에 비해 심해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더 많음에도 우주 개발에 비하면 해양 개발에 투입되는 연구·개발 예산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이러한 불균형에 대한 고찰과 개선책이 필요하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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