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잡는 저승 사자는 33세 교수님
올해 최고 ‘빅딜’로 꼽혔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연방거래위원회(FTC)라는 대형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FTC는 지난 8일 “XBOX 제조사(MS)가 최고의 게임 프랜차이즈를 장악하면 인기 게임 콘텐츠에 대한 경쟁사 접근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콘솔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장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게임 유통 플랫폼인 MS가 미국 최대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수직 합병하는 방식이라 무난하게 승인을 예상했던 MS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법적 다툼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인수 합병 발표 첫날부터 경쟁사의 우려를 덜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법원 내부 심사만 최소 몇 달 걸리는 걸 감안하면 애초 목표였던 내년 6월 내 인수 완료는 이미 물 건너갔다. 만에 하나 인수가 무산되면 MS는 블리자드에 최대 30억달러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빅테크를 향한 FTC의 규제 칼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VR(가상현실) 선도 기업인 메타가 작년 10월 VR 피트니스 앱 개발사인 위딘 언리미티드를 인수하겠다고 하자 FTC는 “메타는 장점으로 경쟁해 시장 지위를 얻는 대신 시장 지위를 사는 것을 선택했다”며 지난 7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는 “이 소송은 혁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도 결국 인수 철회 결정을 내렸다.
작년 말에는 아마존의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가상 서버) 사업에 대해서도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유도하며 인센티브를 제공했는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클라우드 사업은 아마존의 최대 돈줄로 여겨지는 만큼 FTC의 처분 결과에 따라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FTC의 빅테크 규제를 주도하는 인물은 컬럼비아대 로스쿨 부교수 출신인 리나 칸(33) 위원장이다. 독점금지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연구한 그는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인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 논문에서 문어발식 확장으로 경쟁사를 무너뜨리는 아마존을 저격한 강성 빅테크 규제론자다. 이런 전력 때문에 지난해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FTC 위원장으로 깜짝 발탁됐을 때 ‘빅테크 저승사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블룸버그는 “이전 정부의 FTC는 종이호랑이였지만, 리나 칸은 시장 집중의 위험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법원에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빅테크 규제에 FTC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가세하고 있어 빅테크들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미 하원은 지난해 6월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패키지 법안을 양당 공동 발의로 통과시켰다.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 우대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1월 중간선거 때문에 미뤄진 이 법안들이 상원을 통과하면 구글은 자사 크롬 브라우저에서 지도 검색 시 구글맵을 노출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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