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선 바이든·젤렌스키…"얼마가 걸리더라도 함께할 것"

박가영 기자 2022. 12. 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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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트리엇 첫 지원, 젤렌스키 거듭 "감사"…두 정상, 기자회견장서 가벼운 농담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한 지 300일 만에 미국을 찾았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의향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에 대해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다른 나라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2023년에도 단결해야 할 필요성을 직접 듣는 것이 미국인들과 세계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배경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를 추구하는 데 열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며 "미국은 용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로부터 그들의 나라를 방어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18억5000만달러(약 2조37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 대상에는 우크라이나 측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미국이 개발한 패트리엇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첨단 항공기, 순항 미사일을 요격하도록 설계된 지대공 미사일이다. 유효사거리는 70∼80km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패트리엇 지원은 우크라이나 방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며 "사용에 필요한 훈련을 마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패트리엇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안이 긴장을 더욱 고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패트리엇은 방어적 무기 시스템"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1년 중 가장 춥고 어두운 시기에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겨울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얼마가 걸리더라도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뉴스1

전시 복장 그대로 국방색 스웨터 차림으로 회견장에 나온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트리엇을 포함한 미국의 추가 지원에 감사를 전했다. 그는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한 영공을 만드는 데 매우 핵심적 조처가 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 국가(러시아 지칭)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민간인, 기반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미 의회에 450억 달러(약 57조7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포함된 2023회계연도 예산 합의안을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투자는 세계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의회의 변화에 상관없이 초당적인 양원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가 단지 '평화'만을 위한 타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정의로운 평화는 우리나라의 주권, 자유, 영토보전에 대한 타협이 아니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복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부모가 최전선에서 아들과 딸을 잃었는지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서 어깨에 손을 얹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등 친근감을 내비쳤던 두 정상은 기자회견장에서도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계속된다면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며 "예를 들자면 이번에 미국이 지원하는 패트리엇을 배치한 후 더 많은 패트리엇을 원한다는 신호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웃음을 지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웃으며 "정말로 미안하다"며 "우리는 전쟁 중이지 않냐"고 수습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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