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다차종·현지생산 전략’ 통했다
시장 점유율 2%→6% 급성장
SUV·전기차·수소차 라인업 구축
프리미엄 전기차로 ‘제2 도약’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누적 판매 1500만대’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운 배경에는 ‘다차종 전략’과 발 빠른 현지 생산체제 구축이 발판이 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서 총 13종의 차량을 판매 중이다. 2002년만 해도 판매 차종이 6종에 불과했지만, 약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현대차의 초기 미국 시장 성장을 이끌었던 ‘엘란트라(아반떼)’, ‘쏘나타’ 등 세단 라인업부터 ‘투싼’, ‘싼타페’ 등 고부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아이오닉 5’, 수소차 ‘넥쏘’까지 다양해졌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 차종까지 더하면 라인업은 19종으로 늘어난다.
1986년 현대차가 처음 미국에 소형 세단 ‘엑셀’을 수출했을 때만 해도 중·소형 세단을 주로 파는 저가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프리미엄 브랜드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실제 2002년 2.2%에 그쳤던 미국 내 현대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11월 기준 6%까지 상승했다.
미국 진출 20년째인 2005년,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 세운 첫 현지 생산 공장(HMMA)은 판매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최첨단 신기술과 공법을 적용한 공장을 건설해 현지 경제에 기여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HMMA는 높은 부품 현지화와 설계부터 판매·서비스까지 ‘메이드 인 바이 USA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앨라배마 공장을 세운 뒤 2년 후인 2007년 현대차는 누적 판매 500만대를 돌파했다. 2015년에는 1000만대, 이어 올해 12월에는 1500만대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전기차를 앞세워 미국에서 ‘제2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어’였다면, 전기차 분야에서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구축한다.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시설 건설을 공식화했다.
HMGMA는 1183만㎡ 부지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현대차그룹 차원의 첫 공장인 HMGMA에서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인근에 있는 HMMA와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지난 8월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규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HMGMA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3개 브랜드를 합쳐 연간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3대 시장인 미국 내 생산이 필수적이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9조4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모델을 늘려 미국 시장의 11%, 전 세계의 7%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전기차 차종을 최소 17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도 전기차 14종을 출시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HMGMA의 완공 시점인 2025년까지 IRA 규정 시행이 미뤄져야 한다고 분석한다.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 상황에서는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우리가 완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유연성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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