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반도체 ‘한파’ 예고편 불과...내년 ‘역대급 혹한기’ 온다 [어떻게 보십니까 2023-반도체]

2022. 12. 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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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반도체 강국’ 위상 흔들
내년 상반기 메모리 위기 ‘정점 도달’ 예고
삼성전자 ‘비상경영’·SK하이닉스 ‘감산’ 대응
미중 갈등·금리인상 등 대외악재 여전
하반기 전망도 암울...“韓 지원책 점검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제조 라인 모습. [삼성전자 영상]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라인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자타공인 ‘반도체 강국’으로 꼽히던 국내 반도체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파’, ‘혹한기’란 표현이 반도체 업계의 꼬리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내년엔 상황이 더 악화 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반도체 세계대전’ 속에서 한국의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예고편’에 불과...내년 상반기 ‘역대급’ 혹한기 온다=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시장 위기는 내년 상반기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전세계 메모리 매출은 전년대비 16.2% 감소할 전망이다. D램 매출은 18%, 낸드플래시 매출은 13.7%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매출의 66%(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무려 95%를 차지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IT·가전 수요가 줄어들자 이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급격히 증가했다. 재고가 늘자 D램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22.46%, 3.74% 떨어졌다. 12월에는 더욱 하락하는 추세다.

하반기 반등이 불투명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통상 6개월~1년이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지만, 지금 분위기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르다는 우려가 많다”며 “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면 더욱 장기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양대장의 내년 실적도 어둡다. SK하이닉스는 당장 올 4분기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의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22.44% 하락한 35조587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전체 영업 손실 추정액은 1조3500여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감산을 공식화하고 설비투자 절감 등 비용 줄이기로 대응하고 있다.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17조4700억원) 보다 50% 가량 줄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용 절감을 본격화했다. 다만 인위적 감산이나 설비투자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사와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美·中 사이 ‘넛크래커’된 한국...전세계는 반도체 지원법 러시=내년 미중 간 반도체 갈등이 더욱 심화 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업계는 마치 호두까기에 끼인 호두와 같은 ‘넛크래커’ 상황에 놓였다.

최근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향한 봉쇄 조치의 고삐를 죄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중국 국영 반도체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36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은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생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조위안(한화 약 187조원) 규모의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의 대중 수출 비중이 여전히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자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면 결국 대중 반도체 수출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반도체 세계대전 속에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경쟁국들은 자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유치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향후 5년간 390억달러(약 51조원)의 보조금을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고 반도체 기업의 자국 내 시설투자액에 대해 25%의 세금 공제율을 적용한다. 유럽연합(EU)은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 때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80%를 차지하던 일본도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5000억~1조엔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기금을 조성해 향후 20년간 반도체 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 대전 ‘속도 싸움’...내년엔 한국 지원책 점검해야”=전문가는 내년이 절체절명의 위기임은 맞지만, 한국 반도체 업계를 살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수적이란 의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에서 나오는 여러 반도체 지원법들과 비교해 한국의 반도체 지원법이 경쟁력이 있는지 체크해야할 때”라며 “현재 발의된 ‘반도체 지원법’들을 속도감있게 처리하고, 실효성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된 한국 반도체 사업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급격히 성장할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며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한국 반도체의 탈출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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