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위기’ 수준···GDP대비 가계·기업빚 224%로 최대
미국의 강한 긴축으로 전세계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고 국내에선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신용 경색까지 겹치면서 금융불안지수(FSI)가 올 3분기 ‘위기’ 단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와 기업의 빚(신용)은 나라 전체 경제 규모의 2.2배를 넘어섰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기업대출은 최근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 잠재적 위험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10월과 11월 각 23.6, 23.0으로 집계됐다. FSI는 올해 3월(8.6) 이후 9월(19.7)까지 7개월 연속 ‘주의’ 단계(8이상 22미만)에서 꾸준히 오르다가, 레고랜드 사태가 본격화한 10월 ‘위험’ 단계(22이상)에 들어섰고 11월에도 위험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가운데 우발적 신용사건(레고랜드 사태 등)이 가세해 채권·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일부 제약됐다”며 “11월 들어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금융불안지수가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2분기 47.4에서 3분기 44.9로 낮아졌다.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줄면서 금융불균형이 다소 개선됐기 때문이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36.8)을 웃도는 상태다.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3.7%로 2분기(222.3%)보다 1.4%포인트 올랐다.
GDP 대비 가계신용의 비율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한 분기 사이 105.7%에서 105.2%로 떨어졌고,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1.4%)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4.8%)을 크게 밑돌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분기 167.7%에서 3분기 166.1%로 낮아졌다.
하지만 기업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16.6%에서 118.5%로 급등했다. 기업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도 3분기 15%에 이르렀다. 한은은 기업대출 증가의 배경에 대해 “자본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여건 악화,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자금수요 증대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부채비율(2분기 말 기준)이 83.1%로 작년 말(80.1%)보다 높아지고 시장금리 상승 탓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상반기 기준)이 7.7배로 지난해 8.9배보다 낮아진 점도 부정적 변화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기업 대출 급증에 대해 “한전채, 은행채 등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구축해 기업대출이 은행으로 몰리는 데다 그동안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라 기업들의 운전자금이 늘어나고 건설사의 경우 부채 의존도가 높아 금리가 오를 때 원리금 상환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운전자금 수요 등 비용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출이 증가하는 부분은 금융안정 측면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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