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토브리그 머니게임 ‘후끈’…4조3397억원이 풀렸다
올해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직장폐쇄 때문에 냉랭했던 기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따뜻함을 넘어 뜨거울 정도다. 계절은 추운 겨울인데, 겨울 같지 않다.
스토브리그를 풍성하게 만드는 건 결국 돈이다. 그동안 긴축재정에 돌입했던 구단들이 화끈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자금력이 막강한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다른 팀들도 ‘머니 게임’에 동참했다. 이러한 경쟁이 선수 몸값을 올림으로써 에프에이 시장의 과열을 부추겼다. 야구 경기가 없는 비시즌에 구단들의 치열한 장외 전쟁은 팬들에게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특기할 만한 점은 계약 시점이다. 지난 몇 년간 구단들은 선수와의 계약에서 장기전을 선택했다.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시간이 자신들의 편인 것처럼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래서 주도권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수 있었다. 직장폐쇄로 스토브리그 초반에 계약이 몰렸던 작년을 제외하면, 과거 구단들의 공통된 전략은 ‘느리게, 더 느리게’였다. 2019년 각각 3억달러(3829억원) 이상의 계약을 따낸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와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도 스프링캠프가 시작할 때까지 마음고생을 했다.
올해는 정반대다. 스토브리그 개막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마자 구단들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치면서 속도전에 돌입했다. 신중하게 접근했던 대형 계약도 과감하게 성사시켰다. 1억달러(1276억원) 이상 계약이 벌써 9건이나 성사됐고, 시장에 풀린 돈이 이미 34억달러(4조3397억원)를 넘어섰다. 참고로 지난 시즌 총 에프에이 계약 액수는 약 32억달러(4조844억원)였다.
최대어로 꼽힌 선수들도 신속하게 행선지를 찾았다. ‘홈런왕’ 애런 저지(30)는 야수 최초로 연평균 4000만달러(9년 3억6000만달러·4595억원)를 보장받고 양키스에 남았다. 사실 양키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뉴욕의 아이콘으로 도약한 저지를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돈 때문에 저지를 놓치거나 포기하는 건 팬들을 저버리는 행위였다. 설상가상 샌프란시스코가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협상이 저지에게 더 유리하게 흘러갔다.
다른 대형 선수들도 원하는 계약을 따냈다. 트레이 터너(29)와 잰더 보가츠(30)는 필라델피아 필리스(11년 3억달러·3829억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1년 2억8000만달러·3574억원)와 11년 계약을 했다. 카를로스 코레아(28)는 샌프란시스코와의 13년 계약이 무산됐지만, 메츠에 12년 3억1500만달러(4020억원) 계약을 받아내면서 ‘에프에이 재수생’의 설움을 씻었다. 내구성이 불안한 제이콥 디그롬(34·5년 1억8500만달러·2361억원)과 카를로스 로돈(30·6년 1억6200만달러·2068억원)도 선발투수가 부족한 이점을 확실하게 누렸다. 불혹을 앞둔 저스틴 벌랜더(39)는 최고 연봉 타이기록(4333만3333달러·554억원)을 세우고 메츠로 이적했다. 선수들이 ‘갑’의 위치를 점했기에 가능한 계약들이었다.
유례없는 에프에이 시장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팀은 단연 메츠다. 코레아까지 데려오면서 이번 겨울에 쓴 돈이 무려 8억610만달러(1조290억원)에 이른다. 구단주 중에서도 자산이 가장 많은 스티브 코헨(66)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이다. 심지어 메츠는 연봉 구조도 따지지 않으면서 당장 내년 시즌 팀 연봉이 3억8400만달러(4902억원)로 예상되고 있다. 사치세 한도인 2억3300만달러(2947억원)를 훌쩍 뛰어 넘는 금액으로, 현지 보도에 의하면 메츠는 내년에 사치세만 1억달러(1277억원) 넘게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보란 듯이 돈을 펑펑 쓰고 있다.
메츠에 이어 양키스가 5억달러가 넘는 통 큰 투자(5억8360만달러·7453억원)를 했다. 필라델피아와 샌디에이고도 3억달러(3831억원)가 넘는 돈을 지출했다. 반면, 매년 스토브리그를 지배한 엘에이(LA) 다저스는 올해 다소 쉬어가는 분위기다.
리그가 흥행하려면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경기가 없을 때도 끊임없이 화제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스토브리그는 무척 긍정적이다.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야구’는 없지만, ‘야구’가 없는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는 스토브리그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전문가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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