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 유동성 경색에 금융불안지수 '위기' 단계 넘었다

최정희 2022. 12. 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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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금융불안지수, 2020년 4월 팬데믹 이후 최고
민간신용 비율 223.7%로 또 역대 최고 경신
기업대출, 15% 급증…기업신용 비율도 118.5%로 상승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3.1%p 하락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했던 2020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9월말 223.7%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18년 이후 5년째 증가세다. 가계대출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기업대출이 15%나 급증했다.

한은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출처: 한국은행

금융불안지수 10월부터 ‘위기’ 단계 넘어

주가, 채권, 환율 CDS프리미엄 등 금융시장 가격의 단기 변동성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10월 23.6, 11월 23으로 ‘위기’ 임계치인 22를 넘어섰다. 2020년 4월 팬데믹 당시 24.7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용 경계감이 커진 상황에서 9월말 레고랜드 부도 사태 등 우발적 신용사건이 가세하면서 채권, 단기 자금 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분기 44.9로 작년 2분기(58.5) 이후 5분기 연속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작년 8월부터 1년 5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인상된 영향에 경제주체의 위험선호 약화 등으로 그동안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축소됐다. 금융부문의 양호한 복원력 등에 힘입어 중장기적 취약성은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한은은 “올 하반기 금융시스템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일부 금융시장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금융부문의 자금 중개 기능은 양호한 금융기관의 복원력과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대체로 원활히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강화 등으로 높은 가계부채 수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부동산 금융, 비은행 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복원력, 수익성이 다소 저하된 가운데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고 금융기관 건전성도 나빠질 수 있다. 또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추약 가계,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의 잠재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조짐이 있는 경우 미시적 시장 안정 조치 등을 통한 선제적 대응으로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 있다”며 “민간부채 관리, 금융기관 복원력 제고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한국은행


◇ 민간신용 비율 223.7%로 역대 최고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9월말 223.7%로 석 달 전(222.3%)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민간신용 비율은 2018년 1분기 이후 계속해서 상승,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3분기 명목GDP 증가율은 5.2%를 기록한 반면 민간신용 증가율은 7.4%를 보였다.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5.2%로 0.5%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신용 비율은 118.5%로 1.9%포인트 올랐다.

민간신용 증가세를 주도하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대출은 9월말 1722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자본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 기업어음(CP) 발행 여건이 악화돼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의 대출이 늘어난 데다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자금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회사채는 최근 1년간 6조원 순상환됐고 CP는 6조4000억원 순발행에 그쳤다.

가계대출은 금리 상승과 규제 강화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가계신용은 9월말 1870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작년 2분기 10.5%의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5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월말 166.1%로 석 달 전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9월말 171.8%로 최고치를 찍고 1년째 하락하고 있다.

반면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6.2%로 전분기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부채는 2% 증가했으나 자산이 0.7%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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