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반격 ㅣ '아바타'가 진화시킨 영화상영 패러다임 ①
아이즈 ize 윤지훈(칼럼니스트)
Q: 다음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이다. 어느 해에 해당하는 것인지 고르시오.
높아진 관람요금에 관객들이 부담을 느끼며 관객수가 줄었다. 여기에 스마트 미디어의 보급 확대와 더불어 온라인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와 IPTV 프리미엄 영화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극장에서 안방이나 개인화된 플랫폼으로 영화 감상의 창구가 변화하고 있다. …. 극장 관객수가 1억4681만명으로 지난해 1억5679만명 대비 현저한 감소세를 보였다.
①2021년 ②2019년 ③2015년 ④2010년
정답은? ④번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11년 발표한 '201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는 2010년 극장 "평균 입장 요금은 2009년 6970원에서 7834원으로 크게 올라 관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결과적으로 관객수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스마트폰을 핵심으로 하는 "스마트 미디어의 보급 확대"가 몰고 온 "영화 감상의 창구 변화", 즉 "온라인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와 IPTV 프리미엄 영화 서비스 정착"을 관객이 줄어든 또 다른 요인으로 꼽았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얼핏 기시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감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극장 관객은 크게 줄어들었고 동시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극장가는 침체에 빠졌고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극장 영화 관람료가 오르면서 체감 인상률도 낮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올해 6월 내놓은 '영화 티켓지수로 알아본 영화 관람가격 적정성 점검' 보고서는 "2019년 1조9140억원이었던 극장 매출은 2020년에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 원으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4.5% 증가한 5845억원을 기록했다"고 썼다. 이어 "영화관은 막대한 영업 손실을 이유로 영화 관람가격을 팬데믹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해 올해 상반기 평균 영화 관람가격이 "역대 최고액인 1만78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한 달 이용요금과 맞먹기에 OTT로의 관객 이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마치 '평행이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같은 흐름은 그러나 이야기를 잇는 영화의 힘에 기대 극장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고, 떠오를 조짐이다. 관객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고, 또 찾고 있다. 그야말로 쾌감 만점의 스펙터클이 변화를 몰고 왔고, 몰고 올 전망이다.
2009년 12월 개봉해 이듬해 초까지 맹위를 떨친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 '아바타' 그리고 13년의 세월이 흘러 지난 14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는 속편 '아바타:물의 길'이다.
#3D가 자아낸 신기함의 탄성
귀에 익은 드럼의 비트에 이어 경쾌한 팡파르가 울린다. 1920년대 알프레드 뉴먼이 작곡한 팡파르는 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고, 서치라이트 불빛은 낯익은 로고가 입체적으로 새겨진 웅장한 조형물을 비춘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20세기폭스의 리더필름 속 광경이다. 리더필름은 영화 본편이 시작되기 전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등을 알려주는 것으로, 20세기폭스의 것은 그 대명사처럼 인식돼 왔다.
2009년 12월, 상영관의 사방에 설치된 음향시설을 통해 서라운드로 들려오는 리더필름의 팡파르에 맞춰 20세기폭스의 상징 조형물을 비추는 서치라이트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멀어져갔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객석 주변 젊은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신선한 쾌감을 만끽하기도 했다. '아바타'의 3D 버전을 관람했을 당시 풍경은 그렇게 새로운 영화 관람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아바타'가 당시만 해도 '꿈의 숫자'로만 불리던 1000만명을 넘어 130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뒤 13년이 지난 뒤 속편 '아바타:물의 길'도 쾌속의 흥행 물길을 내달려가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1일까지 전국 2696개 스크린에서 누적 344만4,629여명을 불러 모았다. 22일 오전 80% 안팎의 높은 실시간 예매율은, 예상대로, 기대대로, 상영 2주차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칠 것임을 보여준다. 평일 평균 2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어 이르면 2주차 주말을 지나며 400만명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바타:물의 길'의 위력은 이 같은 흥행 수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바타:물의 길'의 영어 예고편에는 이런 카피, 아니 '선언'이 등장한다. "영화를 체험하라((Experience the motion picture event)!"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화, 이를 바라보는 관람 형태의 변화 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는 듯 들린다. 실제로 다양한 지표가 이를 가리킨다.
#'아바타', 세상을 바꾸다?
'201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는 "2010년 극장 매출이 2009년보다 6.5% 상승한 1조150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썼다. 이어 "관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3D와 4D, 아이맥스 등 상영 포맷의 다변화로 인한 입장요금의 상승이 매출 증대를 가져"왔다면서 '아바타'가 이끈 3D영화의 대중화를 그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실제로 '아바타'는 "3D 신드롬"을 일으키며 "신세계를 보았다"는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3D와 3D 아이맥스, 4D 상영으로 관람한 관객은 총 453만명으로 전체 관객 중 54.6%가 '아바타'를 3D로 관람"했다는 분석은 당시 '아바타'가 몰고 온 변화의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필름 상영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로 찍고 편집해 상영하는 흐름이 대세로 굳어진 그때 "디지털 스크린이 80%%를 넘어"선 가운데 "절반은 3D 스크린"이 되었다. 영화진흥위원에 따르면 "2009년 9월까지 전국 상영관 가운데 디지털 입체영화 상영이 가능했던 스크린은 56개"였다 "12월 중순에는 129개"에 이르렀다. 특히 "연간 극장 총매출의 15%를 능가하는 1780억 가량의 매출 실적을 볼 때, 이제 한국의 상영시장에서 3D영화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위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는 3D영화 흥행 통계를 새롭게 내놓기까지 했다.
2010년 초까지 이어진 '아바타'의 폭발적인 흥행력은 최첨단 영상 기술력에 힘입은, "신세계"로 표현되는 새로운 스펙터클을 무기로 관객의 관람 행태는 물론 전체 극장산업에도 엄청한 변화를 안겨 주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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