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불안 위기단계 진입···한은, 부동산發 위기 경고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223.7%로 상승세
집값 20% 하락시 부채상환 어려운 가구 증가
올해 하반기 국내 금융불안지수가 위기단계까지 진입하면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시장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채권·단기자금 시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높은 가계부채 수준에 코로나19 이후 증대된 부동산 금융,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10월(23.6)에 이어 11월(23.0) 연속으로 위기단계(22)까지 상승했다. 금융시스템의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FSI가 위기단계를 넘어선 것은 2020년 4월(24.7)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채권과 단기자금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일부 제약되면서 위기단계까지 상승했으나 11월 이후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3분기 말 기준 223.7%로 올해 1분기(220.9%)보다 상승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기업대출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금 수요는 커졌는데 자본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여건이 악화되자 대출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는 순상환됐고 CP 순발행 규모도 축소됐다.
특히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시장금리는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3월 말 2.66%에서 6월 말 3.55%, 9월 말 4.19% 등으로 큰 폭 상승했다가 11월 말 3.69%로 하락한 상태다.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금리 상승, 한전채·은행채 대규모 발행에 따른 구축 효과와 함께 PF-ABCP 시장 불안 등 영향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우량물과 비우량물 모두 큰 폭 확대됐다.
금융기관 중에서도 비은행금융기관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저하된 모습이 나타났다. 자산가격 하락과 은행권으로 자금 쏠림으로 보험·증권·저축은행 등을 중심으로 자산 증가율이 둔화됐다. 또 비은행금융기관 대부분 업권에서 자본적정성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하는 등 복원력이 다소 저하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조짐이 있는 경우에는 미시적 시장안정조치 등을 통한 선제적 대응으로 불확실성을 완화하면서 민간부채 관리나 금융기관 복원력 제고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레고랜드 사태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과 맞물리면서 국지적인 자금시장 위축이 예상보다 심화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로 인해 주택 경기 둔화와 관련 기업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취약부문의 부실위험이 확대되고 부동산 가격 조정에 따른 가계·기업 재무건전성 저하,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리 상승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는 경우 가계 순자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고위험 가구 비중이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각 가구가 보유한 주택 가격이 올해 6월 말 대비 20% 하락 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가구 비중이 3.3%에서 4.9%로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부동산·건설업 등 관련 업종 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많이 취급한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그간 누증되어 왔던 금융 불균형 위험이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나 시장금리 상승이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요인과 맞물리면서 금융부문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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