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PF-ABCP 등 PF 유동화 증권 내년 6월 만기 35조원…리스크 관리 필요"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9월말 기준 명목 GDP의 126% 규모
비은행 금융기관 중심 부동산 기업대출, PF대출 증가 흐름
안정화 조치에 급한 불 껐지만 내년 만기 도래 규모 35조원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 안정화정책과 금융업권 자구노력 등으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나,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유동성 위험이 다시 커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할 ‘PF 유동화 증권’(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자산유동화 기업어음(PF-ABCP) 및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 포함)이 약 35조원에 달해 유동성 리스크 재발 경계를 늦추기 어렵다.
여기에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과 대출·유동화증권 등 PF 취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금융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단 분석이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확대…명목 GDP의 126%에 달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하고 주요 현안 중 하나로 최근 부동산 기업금융의 주요 특징과 잠재 리스크를 평가했다. 분석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9월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5.9%인 2696조6000억원에 해당한다. 이중 부동산 기업금융 위험노출액은 1074조4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7.3%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부동산 기업금융 현황을 살펴보면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과 대출·유동화증권 등 PF 취급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보증기관의 사업자보증도 2020년 이후 분양, 임대보증금 보증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먼저 기업대출은 2017년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 주택공급 확대로 건설·부동산업 대출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큰 폭 증가해 지난 9월말 기준 전년 대비 15.0% 증가한 580조7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PF대출은 전년 대비 22.8% 증가한 116조6000억원을 나타냈다. PF 부실 사태 이후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된 것이다. PF 유동화증권 발행도 증권사의 PF 대출시장 참여 확대로 8.1% 증가한 4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 측은 “통화 긴축에 따른 금리 상승, 부동산 경기 둔화, 레고랜드 사태 등 PF 관련 신용사건 발생 등을 계기로 부동산 기업금융의 유동성, 신용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 PF유동화증권 지급보증 확대로 파급 경로상 단기금융시장의 유동성 리스크가 PF대출,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의 신용 리스크로 전이되는 주요 연결고리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신용 경계감이 커지면서 PF-ABCP의 유통·발행 가중평균 금리는 올 3월말 2.2%에서 지난 11월말 8.1%로 급등했다. 이에 PF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은 같은 기간 39조9000억원에서 35조2000억원으로 줄면서 해당 증권에 대한 매입보증을 제공한 증권사,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지난 10월말 이후 정부, 한은의 시장안정화 조치 이후 시장 불안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나, 내년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PF-ABCP 및 ABST 물량이 34조5000억원에 달해 유동성 위험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PF대출 부실화 우려…신용리스크 상존
부동산 기업금융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한 수준이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로 관련 기업대출과 PF대출 부실화 우려는 커지고 있어 신용리스크도 존재한다.
기업대출은 건설업·부동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올 6월 기준 105%, 114.8%로 높고 한계기업 비중도 각각 10%, 28%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미분양주택 증가, 건설비용 상승, 임대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기업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PF대출 연체율도 2021년말 이후 점차 오르고 있고,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 및 아파트 외 사업장에 대한 대출 규모가 저축은행, 증권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졌을 때 타격이 클 수 있단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부동산 시장 부진이 3년 이상 장기화해 전국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30% 가량 떨어진다면 대부분 업권의 자본 비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총자기자본비율은 15.5%에서 14.6%로 하락했고,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비율도 12.9%에서 8.1%로 내렸다. 증권사의 순자본지율(NCR)은 같은 기간 무려 708.4%에서 489.0%로 급락했다.
부동산 시장 부진이 1년 이내 단기에 끝나고 아파트 실거래가격도 15% 하락에 그치는 등 단기적 충격이 올 경우 금융기관 전반의 자본 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PF 관련 유동성 리스크가 확산되는 경우엔 금융기관의 자본비율 하락폭이 확대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단기자금시장 등에 대한 적기의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분양 부담 완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주택수요 기반을 안정화하고 금융기관의 부동산 기업금융 취급 한도 관리를 통해 과도한 리스크 추구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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