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충격’에 韓 금융불안지수 ‘위기’ 단계…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이재은 기자 2022. 12.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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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단기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올해 10월 이후 '위기' 단계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불안지수는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일부 제약되면서 10월 위기 단계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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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금융불안지수, 2년 6개월 만에 위기 수준 도달
3월 ‘주의단계’ → 10월 ‘위기단계’ 급등
10월 레고랜드 사태·한은 ‘빅스텝’ 여파
정부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소폭 하락

우리나라의 단기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올해 10월 이후 ‘위기’ 단계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사태와 급격한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단기 자금시장 경색과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된 영향이다.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로 들어선 것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불안지수는 지난 10월 기준 위기단계(22 이상)에 해당하는 23.6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4월(24.7)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원 춘천시 하중도 레고랜드 모습 / 연합뉴스

금융불안지수는 지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 지수는 주의 단계를 넘어 서서히 위기 단계로 진입했다. 과거 경제위기 당시 이 지수가 주의 단계에 들어선 뒤 위기 단계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6~8개월이었다.

실제 올해 2월 6.8이었던 이 지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3월에 8.9로 올라서면서 주의 단계에 들어섰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5월에는 13.1까지 상승했다.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지난 10월 강원도가 지급 보증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터지자, 금융불안지수도 단숨에 23.6까지 뛰었다. 주의 단계에서 위기 단계로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7개월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불안지수는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일부 제약되면서 10월 위기 단계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폭등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단기 금융불안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 하반기 한국의 금융불안지수와 금융취약성지수 / 한국은행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방안 등을 내놓은 영향으로 11월 금융불안지수는 23 수준으로 소폭 내렸다. 이달 들어서는 자금시장 경색이 완화되고 회사채 발행 여건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금융불안지수도 추가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욱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금융불안지수 상승은 최근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금리 격차)가 급등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기업어음(CP) 시장에서 금리 스프레드가 좁혀졌고, 환율 변동성도 줄어들면서 앞으로 금융불안지수도 소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일부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전반적인 자금 중개 기능은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시스템 내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44.9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장기 평균(36.8)을 웃돌았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자산가격 하락에 따라 그동안 누증된 금융불균형이 축소되고, 금융부문의 양호한 복원력 등에 힘입어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은 다소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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