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75% 찍으면?…"취약 부문 대출 연체율 10% 육박"
집값 조정 우려도…"20% 급락 시 고위험 가구 5%로 확대"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은 앞으로 금리 인상에 따라 취약 가계·자영업자의 대출 부실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현 3.25%인 기준금리가 3.75%까지 인상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은 10% 가까이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
동시에 부동산 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집값이 올여름 대비 20% 급락하면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고위험 가구가 전체의 약 5%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최근 우리 금융 시스템은 일부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자금중개 기능이 대체로 원활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앞으로 금융 안정을 흔들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향후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강화 등으로 국내의 높은 가계 부채 수준, 코로나19 이후 증대된 부동산 금융,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 저하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요국 통화긴축 지속 △실물경기 둔화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 △글로벌 달러 유동성 축소 가능성 등을 당분간 주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취약 가계·자영업자와 한계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가계·기업 전반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취약 가계·자영업자와 한계 기업의 부실 위험은 점차 높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기준금리 2%포인트(p) 상승을 가정할 경우(연 1.75→3.75%) 취약 가계의 대출 연체율은 5.6%에서 7.3%까지 1.7%p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 자영업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들의 대출 연체율은 5.7%에서 9.3%까지 3.6%p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계기업의 1년 후 부도 확률을 보여주는 부실 위험은 3.52%에서 3.75%로 0.23%p 올랐다.
금리 인상과 함께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동반되면 상황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각 가구의 주택 가격이 6월 말보다 20% 하락하는 경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어서고 자산 매각으로도 부채 상환이 어려운(DTA·자산대비부채비율 100% 초과) 고위험 가구 비중은 3.3%에서 4.9%까지 절반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금리 상승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면 가계의 순자산이 크게 감소하고 고위험 가구 비중이 빠르게 오를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부동산·건설업에 속한 기업도 재무 위험에 빠지거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많이 취급한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보고서는 증권사·여전사 등 일부 비은행금융기관의 유동성 위험도 경계했다.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실물경기 부진과 자산가격 하락이 심화하면 일부 보험사와 증권사, 저축은행의 자본 비율이 규제 기준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테스트는 내년 중 경제 성장률이 -0.3%를 기록하고 주식과 집값이 최고점 대비 50%, 20% 급락하는 극심한 충격을 가정했다고 부연했다.
결론적으로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그간 누증돼 왔던 금융 불균형 위험이 축소되고 있으나 시장금리 상승이 대내외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금융 부문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 유동성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조짐이 있는 경우 미시적 금융안정조치로 신속 대응하면서 민간부채 관리와 금융기관 복원력 제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시장별 시장안정조치 △기관 협력을 통한 불확실성 조기 완화 △취약 부문 채무 재조정 등 민간부채 관리 강화 △자본 확충을 비롯한 금융기관 복원력 제고 △비은행금융기관 비상 유동성 채널 확충 등을 주문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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