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고 졸업생 의대만 간다” 세계적 조롱거리?

2022. 12.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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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학생들의 단체 토론학습 모습.[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과학 영재고 출신 의사들만 넘친다?”

과학 영재고등학교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이 심각할 정도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한 과학영재고의 경우 졸업생의 절반 가량이 의대에 진학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과학강국 도약을 위한 과학 영재 육성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과학 인재 양성을 미래 국가 동력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유별난 ‘의대 쏠림’을 기이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의대에 진학한 영재고 학생들의 장학금을 환수하는 강수를 뒀지만 의대 쏠림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영재고 졸업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우리사회의 의사 선호와 수입 등 사회문제와 맞물려 있지만, 조기 졸업 가능 여부 등 제도적 요건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과학고 졸업생과는 달리 영재고는 카이스트(KAIST) 등 명문과학대 진학을 위한 조기 졸업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KAIST 제공]
과학고 보다 영재고 의대 편중 훨씬 심각

올해 의약계열 지원자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영재고 졸업생 21%, 한 영재고에서는 40% 가량이 의대에 지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의약학계열 수시 최초합격자의 22% 이상이 영재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과학고와 영재고의 차이다. 서울 최상위권 3개 대학의 2022년 의약계열 합격생 현황을 보면 전체 합격인원 570명 중 영재고 출신은 88명, 과학고 출신은 37명으로 조사됐다. 과학고 보다도 영재고가 2배 이상 높다.

[KAIST 제공]
영재고 조기 졸업 불가능, 의대 편중 더 심화시켜

2년차에 조기졸업이 가능한 과학고와 달리 영재고 학생들은 조기졸업이 불가능하다. 현재 과학고 조기졸업 예정자에게는 KAIST와 같은 과기특성화대학 지원자격이 부여된다. 영재고 학생들이 3년 졸업 후 의약 분야 등 과학기술 외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한 강점이 있다. KAIST가 현재까지 배출한 학부생 2만 명 중 50%인 1만명이 조기진학자라는 점, KAIST의 인재들이 기여한 바를 생각해보면 조기졸업 제도가 과학기술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나노소재 실용화의 개척자로 알려진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뇌인지학과장 정재승 교수, 전산학부 류석영 학부장, 크래프톤 이사회 장병규 의장,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전 CEO, 인공지능(AI) 분야 세계 석학인 미국 뉴욕대 조경현 교수도 조기졸업을 통해 KAIST에 진학했다.

김용현 KAIST 입학처장은 “과학영재학교가 졸업학점제를 운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조기졸업을 원천 차단하여 교육의 파행을 막기 위해서다”며 “하지만 이러한 안전장치가 오히려 영재고 학생들이 과학영재 선발제도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고, 영재고의 높은 의약계열 진학률은 이에 따른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KAIST 전산학부 학생들의 연구실 실습 모습.[KAIST 제공]
조기졸업을 통해 KAIST에 입학 가능해 지나

영재고 학생들도 의대가 아닌 카이스트(KAIST)와 같은 과학명문대에 진학해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KAIST가 전국 8개 영재고 학생들도 조기졸업을 통해 KAIST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학사규정 개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KAIST는 한국과학기술원법 아래 지정된 학사규정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르면 2024년부터 영재고 학생들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학 영재들의 과기특성화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 의대로 쏠리는 현상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현 입학처장은 “KAIST 뿐만 아니라 4대 과기원의 조기입학 트랙 규정을 개정해서 과학영재들이 과기특성화대학에서 자신만의 창의성을 펼치며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페널티보다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과학기술 인재들이 의약분야에만 몰리는 현실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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