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 안쓰고 14년 모으라고?”…내집마련 꿈꾸는 봉급쟁이 허탈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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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10년, 서울 14년 걸려
“왜 그렇게 빚투하는지 이해...”
한강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 모습 [이승환 기자]
“월급 따박따박 모은다고 수도권에서 집 살 수 있나요? 한편으론 왜들 그렇게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섰나 이해도 됩니다.”(40대 직장인 김모씨)

월급 10년 1개월 치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수도권에서 자가 주택 마련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통계 자료가 나왔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가팔랐던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14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수도권 기준 10.1로 집계됐다. 중위 소득 가구가 10.1년 동안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수도권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PIR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넘게 6.7∼6.9배 수준에 머물렀으나 집값이 급등한 2020년 8.0배로 뛰었고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PIR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시·도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자가를 보유하기까지 연 소득을 14.1년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다음으로 PIR이 높은 지역은 세종(10.8), 경기(9.9) 등이었다.

지난해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율(RIR)은 전국 기준 15.7%로 전년(16.6%)보다 줄었다. 월 소득의 15.7%를 임대료로 낸다는 얘기다. 수도권 RIR 역시 18.6%에서 17.8%로 감소했다. 다만, 서울의 RIR은 2020년 21.3%에서 지난해 21.6%로 0.3% 포인트 증가했다.

전국 자가 보유 가구는 전체 가구 중 60.6%로 2020년과 같았다. 수도권 자가 보유율은 54.7%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수도권 이외 지역의 자가 보유율은 낮아졌다. ‘영끌·빚투’ 매수로 수도권에 진입한 가구가 증가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가점유율(자가보유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57.3%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자가점유율은 2019년(58.0%) 이후 2년 연속 하락했다. 생애 첫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7.7년으로 2020년과 같았다. 2010년 8.5년을 기록한 뒤 2014년부터 6.9∼7.1년 사이를 오갔지만 2020년 들어 큰 폭으로 기간이 늘어났다.

또 현재 사는 주택에 평균 거주하는 기간은 7.5년으로 나타났다. 자가 가구는 10.5년으로 평균 3년 수준인 임차 가구보다 더 오래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주택 거주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7.2%였다. 자가는 19.6%, 임차 가구(전세)는 61.4%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주거실태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전국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개별 면접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자 88.9%는 자신의 주택을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청년 가구의 경우 주택 보유 의식이 전년 대비 2.9% 포인트 상승한 81.4%로 조사됐다. 청년 가구의 자가 보유율은 13.8%로 일반 가구(57.3%), 신혼가구(43.9%)에 비해 낮았다.

청년 가구 중 최저 주거 기준 미달 가구는 7.9%로 일반 가구(4.5%)보다 높았다. 청년 가구의 1인당 주거 면적도 30.4㎡로 일반 가구(33.9㎡)보다 좁았다. 청년 가구는 전세나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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