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형 일자리’…미래차로 일자리 만든다
노사민정 사회적 대화 기반 ‘경북형 일자리 모델’ 개발
6일. 경북 ‘미래차 부품산업 수퍼클러스터’ 조성 공식화
지역기업 5880억원 이상 투자…약 800명 고용 창출 기대
자동차 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차와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자율주행이라는 양대 축으로 급속한 전환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역의 중소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내연기관차가 중심이다보니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친환경 미래차 시장은 확장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친환경자동차 관련 핵심 소재나 부품의 해외의존도는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중소 규모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 대부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이고 풀기 어려운 현안인 지역 소멸 문제를 안고 있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1400여개 자동차 부품기업이 위치해 전국 3위권의 규모를 차지하는 경상북도와 지역기업들이 미래차 산업전환 대응과 고용을 창출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구축에 나섰다. 12월 6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 경북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상북도와 영천, 경주, 경산시와 손잡고 미래차 대전환을 공동으로 대응하는 ‘미래자동차 부품산업 수퍼클러스터’ 상생협약을 맺기 위해서다.
미래차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한국노총 경북지역본부와 금속노조 경주지부도 미래차 부품 생산을 위한 공동대응에 공감했으며, 경북 내 지역 기반의 사회적 경제 조직 등도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노사와 지역이 함께 ‘미래자동차 부품산업 수퍼클러스터’를 꾸려 국내 대표 차부품산업단지로 거듭날 것을 예고했다.
2025년까지 5880억원을 투자해 미래차 부품혁신센터, 일자리혁신파크, 글로벌비즈니스지원센터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특히, 연구개발과 생산판매 등 분야별 지원으로 지역기업의 미래차 부품업체 전환을 주도한다. 미래차 부품산업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800명을 신규고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 대학, 특성화고가 참여한 산학관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역산업을 이끌어 나갈 청년 인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미래차를 중심으로 하는 지방주도형 상생일자리 모델이 침체한 지역경제를 이끌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경북에서 ‘미래자동차 부품산업 수퍼클러스터’ 조성이라는 목표를 만들고 합의를 만들어내기까지 추진배경과 과정,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내연기관차 자동차 부품 산업의 위기
경상북도엔 남부권 벨트(경주-경산-영천)를 중심으로 2019년 기준 1414개의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3만2639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차체·섀시, 엔진·구동장치, 조항장치 등을 생산해 완성차 업계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으로 미래차 산업전환 대응 역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2021년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 전략’에 따르면,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비중이 2030년 기준 33%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내연기관차 전체 부품기업수가 2019년 2815개에서 2030년 1915개로 900개 감소하고, 고용 또한 3만5000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차 시장의 성장은 내연기관 부품사의 재편을 예고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약 14%가 밀집해 있는 경상북도 전 지역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산업 재편에 따른 위기 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과밀화·청년인구의 지속적인 유출 등 수도권으로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들이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2017년부터 5년간 청년층(15~29세)의 순유출은 총 12만4000명(대구 9만1000명, 경북 3만3000명)이며, 85.3%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수도권은 과밀화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방은 소멸론의 위기감 속에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상북도는 산업 전환에 필요한 모든 지원 정책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지방주도형 투자 일자리(상생형 지역 일자리)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2020년부터 미래차 전환 산업 혁신 및 일자리 전략을 수립했다. 올해엔 고용노동부가 총괄하고 노사발전재단이 주관하는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을 활용했다. 지역 주체들과 함께 미래차 전환을 대비하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전환을 추진해 ‘경북형 일자리’ 모델 ‘미래자동차 부품산업 수퍼클러스터’ 상생협약식을 성사시켰다.
■ 미래차 부품산업 ‘수퍼 클러스터’ 전략 설정
경상북도는 2020년부터 미래차 대응이 특정 기업과 특정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동차 부품 산업 핵심 벨트인 3개 도시(경주·경산·영천)와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해 대응해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1년엔 도지사 직속 ‘미래일자리자문위원회(지역고용거버넌스)’를 만들어 경북의 산업과 노동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며, 신규 혁신 일자리사업 개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논의와 숙의를 거쳐 중앙정부의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노사상생형 지역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에 지원해 지난 4월부터 지역 주체들이 참여하는 일자리 전략 모델 구축에 나섰다.
경북이 추구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은 새로운 완성차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나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모델이 아니다. 지방이 주도하고 민간중심에 정부 지원을 더한 내생적 지역 발전 모델이다. 컨설팅을 이끌었던 전인 영남대(경영학) 교수는 “컨설팅 초기에 상반기부터 진행된 수십차례 기업방문, 노동계 의견수렴, 연구진 회의 등을 거친 이후 경북형 상생 일자리 모델을 위한 의제 구체화 작업이 진행됐다”며 “캔버스 위에 연구진이 연필로 옅은 스케치를 하고, 지역 주체들을 만나면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수정하면서 지역 여건에 적합한 유화그림을 만들어가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과정은 경북도-경주-경산-영천의 협력거버넌스와 노사민정의 공동 노력으로 미래차 부품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노동 전환에 따른 일자리 유지와 인력 양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진행되어왔다. 6월부터 지역 노사민정이 상호 협의를 위한 상생협의회를 운영해 투자유치, 인센티브 개발 및 상생협약안까지 현장의 고민을 녹여낸 경북만의 모델을 완성했다. 현재 10개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노총 경북지역본부, 금속노조 경주지부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면서 지역 노사민정이 힘을 모으고 있다.
■ 노사민정 상호 협의가 핵심 토대
핵심은 광역과 기초를 연계해 협력거버넌스를 조성하고, 기업 간, 노사 간, 지역사회 간 협력과 상생을 통해 동반성장을 지향하는 사회적 대화다. 기업 간 상생은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부품 경량화를 비롯해 친환경 소재 개발 , 부품 고도화 -다각화 전환 전략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합의됐 다 . 전 교수는 “경북 도 안에서 1차 협력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고 강조하며 , “ 지역 중견기업마저 연구 ·개발 기반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 지역 청년들의 지역기업 비선호 현상은 더욱 커지고 대학의 위기 또한 더욱 심화될 것 ” 이라고 1차 협력사 중심으로 접근한 이유를 설명했다 .
1차 협력사들과 2·3차 협력사들의 상생 협력 강화도 쟁점이다. 전 교수는 이른바 ‘수평적 네트워크 협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제안했다. 정부 정책 및 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제공, 미래차 클러스터 공동 연구개발 센터, 2차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2·3차 협력사에 대한 기술지원과 상생협력기금 등을 통해 원하청 상생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노사상생은 노사민정 대화를 통한 지역공동체 회복과 전환기 고용안정과 노동전환을 위해 상생 노사파트너십 구축과 일자리 여건 개선 및 노동 전환 등 산업·노동·사회를 통합하는 일자리 선도 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원하청 간 임금 및 복지수준 격차가 심해지는 현실을 감안 ‘상생복지기금’을 조성해 2차 이하 협력사의 근로환경과 정주환경 개선을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제조업의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와 가부장적 조직문화가 MZ세대 가치관과 충돌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노사 모두 이들 세대와 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선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과 협력한 지역사회 공헌과 더불어 ESG 경영을 실현해나갈 예정이다. ‘사회적기업 서비스·상품 구매-지역 사회적기업의 성장-지역문제 해결 및 고용창출’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자본의 지역 내 순환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경북형 일자리 모델은 중앙정부가 설계하고 예산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내는 상명하달식 정책이 아니라, ‘지역’이 이니셔티브(주도)를 쥐고 추진하는 방식이다. 6일 상생협약 체결의 후속 조치로 ‘지방주도형 투자일자리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민관합동지원단의 현장실사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의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노사민정의 상호신뢰가 성공의 핵심 열쇠.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기업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지역과 노사가 상생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총괄 고용노동부·주관 노사발전재단)은 지역 노사민정이 협력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보려는 지자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3년엔 ‘상생·협력 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으로 명칭과 범주를 확대해 1~2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지역 노·사·민·정의 합의를 전제로 적정한 노동조건과 공정한 원·하청 생태계를 약속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과 일정은 노사발전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노사발전재단 사업 소개 누리집 링크 연결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 이 기사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노사발전재단의 공동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검찰, ‘성남FC 의혹’ 이재명에 소환 통보
- 이태원 참사 임시영안소 안치자 중 맥박 감지…뒤늦게 심폐소생술
- 늦둥이 막내 어디 갔니…아빠는 입관 전 자른 머리카락만 매만진다
- 유승민 “‘진박 감별사’보다 심한 윤핵관들…TK·PK 의원들도 알아야”
- 팥죽 한 그릇 그리울 길고 추운 밤, 성탄 전날까지 눈도 온다
- 결혼지옥, ‘아동학대 방송’에 “변명의 여지 없다” 사과
- 때려잡으면 지지율 오른다? 윤 정부 ‘노조회계 논란’ 뜯어봤다 [팩트 체크]
- 내년 석가탄신일 하루 더 쉰다…성탄절·석탄일도 대체공휴일
- 글로벌 대세 우영우, 월드컵 16강 태극전사 [2022년 올해의 인물 - 국내]
- “초혼은 100만원 줍니다” 여주시도 내년부터 ‘결혼장려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