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공포증 ‘케미포비아’를 아시나요

박상현 기자 2022. 12. 2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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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에선 ‘케미포비아(Chemiphobia)’란 단어가 친숙해졌다. 이른바 ‘살균제 치약’ ‘살충제 계란’ 등 생활용품과 먹거리에서 잇따라 유해물질 논란이 터지며 일상생활에서 화학제품 사용을 극구 기피하는 ‘노케미(No-chemi)족’까지 등장했다.

케미포비아란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과 혐오를 뜻하는 ‘포비아(Phobia)’가 합쳐진 말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뜻한다. 생필품이나 먹거리 등에 포함된 각종 화학물질이 인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케미포비아(Chemiphobia)’와 ‘노케미족(No-chemi族)’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같은 케미포비아 방지를 위해 정부가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객관적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위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책임감 있게 규제하되,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소비자 불안 또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케미포비아 인식 및 화학물질 안전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이고 정확한 위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최자인 임이자 의원은 개회사에서 “적절하게만 사용할 수 있다면 화학물질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며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선 과학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돼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건강정보와 위해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에선 올해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함께 시행한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가 처음 공개됐다. 조사에 따르면, 집단별로 화학물질 및 생활화학제품 등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으며, 케미포비아 해소를 위해선 집단별로 다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컨대 위험 인식 수준이 높은 여성과 고령층, 미성년 자녀를 보유한 가정들은 주로 TV를 통해 주로 정보를 얻기 때문에 방송을 통한 위험 소통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행동 이행도가 낮은 미혼남성이나 저연령층의 경우 사용설명서에 따라 행동하게끔 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특히 소비자들은 화학물질의 위해성과 관련한 정보를 얻었을 때 이를 대체로 신뢰하는 편이지만, 필요한 정보 를 얻기 어려운데다 정보를 얻어도 해석하기가 어렵다고 응답하고 있어서 더 많은 정보를 해석하기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무열 동국대 약학대학 교수는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건강위해요인 통합관리’를 예로 들어 “제품중심에서 인체 안전 중심으로 과학적 근거 기반의 통합 평가 및 예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상황 극복을 위한 연구 개발 지원’ ‘선진적 규제 거버넌스 체계 마련’ ‘교육 컨텐츠 개발 및 도입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산업계 대표로 참여한 황지섭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화학위원회 위원은 “현재 한국의 산업계는 유럽 같은 상황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인데 가장 큰 문제는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석박사급 인력이 부족하다”며 “유럽 같은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미래소비자행동 조윤미 상임대표는 “화학 이슈는 어렵기 때문에 분석이 체계적이어야 하고 이슈 대응이 늘 한 발 느리다고 생각되는데 보다 상시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한다”면서 “평소에 이슈 대응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 최재욱 회장은 “화학물질 안전 문제는 ‘리스크 제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목표로 하는 접근법이 돼야 할 것”이라며 “위해가 어떤 것인지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첫 걸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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