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막말…‘공감의 원’ 축소는 문명의 후퇴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2. 12. 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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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정쟁화돼
지지하는 정권 흔들까
두려움에만 공감해
유족에 막말과 혐오
공감의 원을 확대해온
문명화 과정에 역행
진실 규명하며 정쟁 막는 게
희생자에 대한 진짜 공감

◆ 핫이슈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간담회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지독한 편가름이 빚은 ‘문명의 후퇴’가 아니고 무엇이랴.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 설치된 시민 분향소까지 막말과 혐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참사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과 연민은 어디로 갔나.

막말과 혐오를 표출하는 이들 역시 똑같은 DNA를 가진 인간이니 공감과 연민의 능력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자기 편으로만 향해 있음이 틀림이 없다. 참사가 정쟁이 돼, 그들이 같은 편이라고 믿고 지지하는 정권을 흔들 수 있다는 두려움에만 공감할 뿐이다. 자기 편으로 치우친 이 과도한 공감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마저 지우고 막말과 혐오를 내뿜는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은 문명의 진화와 더불어 공감의 대상을 확대했다. 철학자 피터 싱어는 ‘확장하는 원 ? 사회 생물학과 윤리’라는 책에서 인류가 자기 못지않게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의 범위를 점차 넓혀 왔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의 조상은 가족과 친족, 가까운 이웃의 고통에는 공감했으나, 더 넓은 범위의 이웃과 낯선 이들, 외부자에겐 공감과 연민을 억제했다. ‘공감의 원’에 들어가는 대상이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그 공감의 원이 너무나 작았던 셈이다. 하지만 문해력의 확장으로 책과 문학을 읽고,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능력을 키우면서 인간의 공감 능력은 확장됐다. 내 편이 아닌 타인의 고통에도 아파할 수 있게 됐다. ‘공감의 원’이 넓어진 것이다. 이게 바로 문명의 진화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 정반대를 본다. 내 편과 네 편을 갈라 친다. 상대에 대한 혐오를 분출한다. 억울하게 딸과 아들을 잃은 사람마저 무릎 꿇게 한다. 우리 사회는 점점 야만으로 내달리는 건가.

여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유가족을 만나 위로한 건 참으로 잘한 일이다. 유가족의 고통을 접한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도 복귀하기로 했다.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한 결과일 것이다. 옳은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참사의 정쟁화’를 걱정하며 국정조사에 부정적인데 그렇게 볼 게 아니다. 공감은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이룰 때 힘을 발휘한다. 누군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해보자. 그의 고통에 마음이 아파 수영을 전혀 못하는 이가 깊은 물속으로 뛰어드는 건 진짜 공감이 아니다. 상대가 어떤 처지이며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그를 돕는 게 공감이다. 참사를 정쟁화하는 건 유가족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이런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게 진짜 공감이다.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진실을 규명하는 국정조사에 충실하는 게 중요하다. 국정 조사에 참여하는 여야 모두가 그래야 한다. 여여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때 국정조사의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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