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 취합 검사, ‘거짓 양성’ 고민을 덜어준다
5부 : 진단 검사의 정확도
진단검사의 정확도에 대해 말할 때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민감도는 감염자를 감염됐다고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이다. 감염된 사람이 100명이 있는데 100명 모두 양성이 나오면 민감도는 100%다. 98명을 양성으로 판정하고 나머지 감염자 2명을 음성이라고 잘못 판정하면 민감도는 98%다. 만약에 민감도가 80%라면 감염된 사람 100명중에 20명은 감염이 되지 않았다고 잘못 판정한다.
특이도는 비감염자를 감염되지 않았다고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이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 100명을 검사했는데 모두 음성이 나오면 특이도는 100%이다. 100명 중 99명은 감염되지 않았다고 음성으로 판정하고 1명은 감염됐다고 양성으로 잘못 판정할 경우 특이도는 99%이다.
유전자를 증폭해서 검사하는 PCR 검사는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 거의 100%에 가까운 검사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자 비율 낮으면 PCR검사 정확도 하락
그런데 민감도와 특이도만 검사의 정확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 감염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 다시 말해 감염자 비율도 검사의 정확도에 영향을 끼친다.
극단적인 예로 감염자가 전혀 없는 집단을 10만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 방식으로 전수 검사를 한다고 하자. PCR 검사의 민감도는 99%이고 특이도는 99.9%라고 하자. 감염자가 없으니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정확도인 민감도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특이도가 99.9%이니 감염자가 전혀 없는 10만명 중에 99.9%인 9만9900명은 정확하게 음성으로 판정하지만 나머지 0.1%인 100명은 양성으로 판정한다. 감염자가 없음에도 양성으로 나온 100명은 모두 거짓 양성을 의미하는 ‘위양성’이다. 양성이 나온 사람들만 따로 보면 양성 정확도는 0%로 매우 부정확하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들 100명을 다시 한번 재검사를 하면 99.9%의 확률로 음성이 나오므로 거의 다 음성이 나온다.
감염자 비율이 0.1%인 집단을 PCR 검사로 전수검사한다고 하자. 이번에도 검사하는 사람수가 10만명이라면 그중 100명이 감염자인 경우다. 민감도가 99%이므로 100명의 99%인 99명은 정확하게 양성으로 판정하고 나머지 1%인 1명은 음성으로 잘못 판정한다. 이 1명은 거짓 음성을 의미하는 ‘위음성’이다. 감염자의 1%를 놓친다. 감염되지 않은 나머지 9만9900명의 99.9%인 9만9800명은 정확하게 음성으로 판정하고 나머지 0.1%인 100명은 양성으로 판정한다. 이들은 거짓 양성인 위양성이다. 양성이 나오는 사람수는 총 199명이다 그 중 99명만 진짜 양성이므로, 양성인 사람들만 따로 보면 정확도는 49.75%다. 정확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낮은 값이다. 이 경우도 낮은 정확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양성이 나온 199명만 다시 검사를 하면 이들 중 누가 거짓 양성인지 거의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
감염자 비율이 1%인 집단의 전수 검사 결과는 어떨까? 검사하는 사람수 10만명의 1%인 1000명이 감염자인 경우다. 민감도가 99%이므로 1000명의 99%인 990명은 양성으로 제대로 판정하고 10명은 음성으로 잘못 판정한다. 이들은 위음성이다. 감염자의 1%를 놓친다. 감염되지 않은 9만9000명에서는 99.9%인 9만8900명은 음성으로 제대로 판정하고, 나머지 0.1%인 100명은 양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위양성’이다. 총 1090명(=990+100)의 양성 중에 990명만 진짜 양성이므로 양성이 나온 사람들만으로 따진 정확도는 90.8%다. 정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거짓 양성인 9.2%도 재검사로 걸러낼 수 있다. 9.2%의 위양성을 용인하고 재검사를 안 할 것인지는 방역 당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
정확한 PCR검사라고 해도 감염자 비율이 낮으면 양성 판정을 내린 사람들 중에 거짓 양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면서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특이도가 충분히 높으면 적은 수의 재검사만으로 거짓 양성을 대부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감염자 비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위양성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검사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취합 검사에선 위양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 신규 확진자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취합 검사 방식으로 검사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이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취합 검사는 검체 여러개를 섞어 마치 하나의 검체처럼 검사하는 방식이다. 1차 취합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취합 검체에 섞인 검체들은 하나 하나 따로 재검사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양성이 나오는 사람은 두 번의 검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취합 검사 방식을 사용하는 검사에서는 위양성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감염자 비율이 0.1%인 10만명을 검체 5개를 섞는 취합 검사로 검사한다고 하자. 감염자 비율이 0.1%이니 10만명 중 100명이 감염된 사람들이다. 1차로 하는 취합 검사의 민감도는 98%이고 2차로 하는 개별 검사의 민감도는 99%라고 하자. 특이도는 1차 취합 검사와 2차 개별 검사 모두 99.9%라고 하자.
감염자 비율 0.1%는 비교적 낮기 때문에 감염자의 검체가 섞여 있는 취합 검체는 거의 대부분 감염자 검체 1개만을 포함한다. 드물게 취합 검체에 감염자 검체 2개가 섞일 수 있다. 5개씩 검체를 섞으니 1차 검사에서는 총 2만개(=100,000÷5)의 취합 검체를 검사한다. 이 가운데 약 100개의 취합 검체는 감염자의 검체를 포함하고 있고, 나머지 1만9900개의 취합 검체는 감염자의 검체를 포함하지 않는다.
취합 검사 민감도가 98%이므로 감염자의 검체가 섞여있는 취합 검체 100개중에 98개는 양성이라고 제대로 판정하고, 두 개는 음성으로 잘못 판정한다. 5개의 검체를 섞어 취합 검체 하나를 만들었으므로, 양성이 나온 98개의 취합 검체에는 총 490개(=98×5)의 검체가 섞여 있다. 이 490개 중 98개는 감염자의 검체이다. 이 490개의 검체에서 어느 것이 감염자의 검체인지를 가리기 위해 개별 검사 방식으로 2차 검사를 한다. 음성으로 잘못 판정한 나머지 두 개의 취합 검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취합 검체에 섞인 대략 두 명의 감염자는 1차 취합 검사 과정에서 놓친다.
감염자의 검체가 전혀 섞여 있지 않은 취합 검체 1만9900개를 취합검사하면 특이도 99.9%로 인해 1만9900개의 99.9%인 1만9880개의 취합 검체를 음성이라고 제대로 판정하고, 나머지 20개의 취합 검체는 양성이라고 잘못 판정한다. 음성으로 판정한 취합 검체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양성으로 판정한 취합 검체 20개에는 총 100명(=20×5)의 검체가 섞여 있다. 이들 검체는 누가 양성인지 알아보기위해 개별 검사 방식으로 2차 검사를 한다.
이제 2차 개별 검사 단계를 보자. 감염자의 검체가 섞여 있어서 양성이 나온 취합 검체에 섞인 490개(=98×5)의 검체가 있고, 감염자가 없음에도 특이도가 100%가 아니라서 양성이 나온 취합 검체에 섞인 100개(=20×5)의 검체가 있다. 이렇게 총 590개(=490+100)의 검체를 다시 개별 검사로 검사하는 과정이 2차 개별 검사 과정이다.
총 590개의 검체 중 감염자 검체는 98개다. 개별 검사의 민감도는 99%이므로 감염자의 검체 98개 중 99%인 97개를 양성으로 제대로 판정하고 나머지 1개는 음성으로 잘못 판정한다. 나머지 비감염자의 검체 492개(=590-98)를 개별 검사하면 특이도가 99.9%이기 때문에 거의 다 음성이 나오고 양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것은 0.492개로 1개가 채 안된다. 거의 다 음성으로 제대로 판정한다고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10만명에 섞여 있는 감염자 100명 중 97명을 양성으로 찾아내고 3명을 음성으로 잘못 판정한다. 최종 민감도는 97%다. 1차 취합 검사의 민감도 98%, 2차 개별 검사의 민감도 99%보다 약간 더 낮아졌다. 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경우는 없거나 기껏해야 한 명 정도다. 10만명 중 0.5명 정도이므로 특이도는 99.9995%까지 높아졌다. 취합 검사를 하면 양성으로 판정한 사람 중에는 거짓 양성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양성으로 판정한 경우에 한정해서 계산한 정확도도 거의 100%다. 하지만 감염자 중에 음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경우가 3개이기 때문에 감염자를 기준으로 보면 정확도는 97%다.
결국 감염자 비율이 낮아 취합 검사로 감염자를 찾아내는 경우, 감염자들은 1차 취합 검사와 2차 개별 검사, 이렇게 두 번의 검사 과정을 거치면서 거짓 양성은 대부분이 사라진다. 취합 검사에서는 사실상 위양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포항시 1가구 1인 검사의 경우
2021년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포항시에서는 ‘1가구 1인 진단 검사’를 시행했다.[1] 거의 의무적으로 검사를 한 경우라서 검사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부분 감염이 의심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는 경우 최근에 확진된 사람과 가까이 있었거나,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서 일하거나, 미미한 증상이 있는데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닌가 하는 등의 이유가 있어서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다. 2021년 1월20일부터 2월2일까지 2주동안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사람은 28만7672명이었다. 이 가운데 662명이 확진되어 감염자 비율은 0.23%였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는 사람들은 감염이 의심될 만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감염자 비율이 낮다. 실제 포항시의 결과는 19만6410명을 검사해서 39명의 감염자를 찾아내어 감염자 비율은 0.020%(=39÷196,410≃0.00020)였다. 비슷한 시기에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감염자 비율 0.23%보다 10배 이상 낮은 비율이다.
만약에 19만6410명을 모두 개별 검사 방식으로 PCR 검사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PCR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9%와 99.9%라고 하면, 감염자 39명은 99%의 민감도로 거의 다 찾아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특이도 99.9%로 인해 비감염자인 19만6371명(=196,410-39)의 0.1%인 196명의 위양성이 나온다. 양성이 나온 사람 합계는 진짜 양성 39명과 위양성 196명을 더한 235명이다. 이 중 39명만 진짜 양성이므로 정확도는 16.6%에 불과하다.
하지만 취합 검사로 하는 실제 상황에서는 위양성이 거의 안나온다. 1차 취합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취합 검체에 섞인 검체들에 대해 2차로 개별 검사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재검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위양성은 거의 사라진다.
취합 검사의 경우 민감도가 개별 검사보다 약간 낮기 때문에, 취합 검사에서는 감염자임에도 음성이 나오는 경우가 개별 검사에 비해 약간 더 높다. 취합 검사의 민감도가 97%라고 하면 포항시의 경우에서 놓친 감염자수는 한 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양성으로 판정하는 위양성은 없었다고 봐도 된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1] "포항시 “1가구 1명 진단검사로 확진자 39명 찾아”", 김일우, 한겨레, 2021년 2월 5일, https://www.hani.co.kr/arti/area/yeongnam/9820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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