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0살이면 아빠도 10살... 만약,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고=이한상 2022. 12. 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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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0인의 아빠단 이야기] 2. 두 아이의 아빠 이한상 씨

서울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는 육아에 함께하는 가족문화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서울 100인의 아빠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100인의 아빠단은 놀이, 교육, 건강, 일상, 관계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매주 육아 과제를 아이와 함께 수행한다. 올해 서울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해 온 아빠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서울 100인의 아빠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한상 씨 가족. ⓒ이한상

2014년 첫째를 만났고, 이듬해인 2015년 둘째를 만나면서 나도 아내도 다시 1살이 되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 부모나이 1살인 엄마아빠가 작고 조그마한 인형 같은 아기들을 두고 무엇을 해야 될지 몰라 허둥지둥 몸만 바쁘게 움직였다. 인터넷으로 열심히 검색하고 책으로 익힌 수 많은 지식들은 생각만큼 활용할 수 없었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마음 졸였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기뻤다가 답답했다가 속상했다가를 수 없이 반복하며 지내며 그렇게 우리는 엄마아빠가 되었다.

요즘은 특히 맞벌이하는 부부가 많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리 부부도 그 가정 중 하나이며, 각자 일을 하며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30여년간 본인의 몸만 건사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본인이 아닌 누군가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가 1살이면 아빠도 1살이고, 아이가 10살이면 아빠도 10살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소통이 된다. 아빠가 함께 육아 참여하지 않으면 아빠나이는 멈춘다고 어느 강의에서 들은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 커가면서 대화가 안된다는 아빠는 옹알이하는 6개월에서 아빠나이는 멈췄는데 아이는 16살 사춘기가 되었기 때문에 대화가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6개월때는 같이 옹알이로 대답해줬고, 2살 때는 나도 같이 공룡이 되었고, 5살 때는 아이도 나도 번개맨이었으며, 8~9살에는 함께 축구 하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나중에 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나도 수험생 될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 아들과 함께 공부해서 한자자격증 시험을 같이 봤는데 그 이후 한자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에 대한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다.

올해 서울시 아빠단 활동을 둘째와 같이 시작했다. 거의 모든 활동이 첫째에 맞춰서 육아를 해왔던 부분이라 둘째만의 맞춤 활동이 필요한 것 같아 참여하였다. '서로에 관한 퀴즈 3개 이상 만들고 맞춰 보기', '아빠와 자녀 서로의 장점 찾기',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인증샷 올리기' 등등 재미있고 생각지도 못한 미션을 매주 같이 해가면서 그렇게 둘째와 더 가까워졌다. 특히 '서로에 관한 퀴즈 3개 이상 만들고 맞춰 보기' 미션은 지금도 종종 하는 좋아하는 놀이인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기 참 좋은 활동이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렇게 놀이의 방법이 많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장난감놀이, 운동 같은 것만이 놀이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의 모든 활동(청소, 요리, 퀴즈)이 함께하면 놀이가 되고 그 자체가 육아라는 것도 느꼈다. 중간중간 전문가 선생님께 상담도 받고 아빠들과 교류하며 내가 몰랐던 부분이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나갈 수 있었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같은 활동이라도 엄마와 함께할 때와 아빠와 함께할 때의 느낌을 아이들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남녀의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만의 감성이 있고 아빠만의 감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 지듯 엄마아빠 둘의 균형 잡힌 육아가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한 아이들 만드는 것 같다. 전문가들도 아빠와 함께한 아이들은 사회성이나 관계 형성하는 것이 발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욱더 아빠의 육아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서울시 아빠단 활동이 어느새 마무리가 되어간다.

이제는 둘째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든지, 속상했던 일이든지, 심지어 엄마한테 말하기 힘들 이야기도 아빠에게 털어 놓는다. 드디어 둘째에게도 나만의 아빠라는 존재가 마음 한 켠에 들어선 것 같아 정말 뿌듯하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육아라는 것이 아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엄마와 아빠의 육아시간이 차이가 날 순 있어도, 현실에 부딪혀 육아시간이 짧더라도, 육아의 질은 높아야 한다. 

서울시 아빠단을 하면서 여러 훌륭한 아빠들을 만났다. 아빠들과 교류하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이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아빠프로그램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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