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그림은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이수진 '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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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다.
지나치게 평범하다.
살짝 구김이 간 하얀색 셔츠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포인트를 주려고 한 듯, 셔츠 앞으론 검정색 반투명 선글라스를 걸고, 셔츠 뒤로는 오렌지색 백팩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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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요소없이 '불안심리' 건드리는 작업
복선 품은 이미지 통해 상상의 깊이 퍼올려
평범한 일상 장면, 부드럽지만 긴장감 높아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평범하다. 지나치게 평범하다. 살짝 구김이 간 하얀색 셔츠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포인트를 주려고 한 듯, 셔츠 앞으론 검정색 반투명 선글라스를 걸고, 셔츠 뒤로는 오렌지색 백팩을 걸었다.
그냥 ‘경쾌하다’ 해야 할 이 그림에 슬슬 이상신호가 잡히는 건 순전히 ‘심리’ 탓이다. ‘흰셔츠’(2022)에 아직 튀지도 않은 얼룩이 먼저 보인다고 할까. 작가 이수진(39)은 바로 그 ‘불안심리’를 건드리는 작업을 한다. 특이한 점은 작품에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극적 요소가 없다는 거다. 차라리 그 직전이란 게 맞을 거다. 복선을 품은 이미지들을 통해 각자 상상의 깊이를 퍼올리는.
예전에 작가는 영화, 특히 공포영화에서 발견한 불안의 파편을 모아 현실에서의 막연한 불안·두려움을 구체화했단다. 눈앞으로 들이대니, 날카롭고 적나라했다고 할까. 그러던 게 최근 미디어의 장치를 벗어나 더더욱 평범한 일상의 장면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눈 뒤로 숨겨놓으니, 부드럽지만 긴장감이 높아졌다.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는, 그 불안과 함께 사는 법을 슬쩍 흘렸다고 할까. 여전히 그림은 ‘아무짓’도 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63길 오에이오에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일종의 평화’(A Kind of Peace)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오일. 31.8×40.9㎝. 오에이오에이갤러리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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