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그림은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이수진 '흰셔츠'

오현주 2022. 12. 22. 08:2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평범하다.

지나치게 평범하다.

살짝 구김이 간 하얀색 셔츠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포인트를 주려고 한 듯, 셔츠 앞으론 검정색 반투명 선글라스를 걸고, 셔츠 뒤로는 오렌지색 백팩을 걸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작
자극적 요소없이 '불안심리' 건드리는 작업
복선 품은 이미지 통해 상상의 깊이 퍼올려
평범한 일상 장면, 부드럽지만 긴장감 높아
이수진 ‘흰셔츠’(2022 사진=오에이오에이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평범하다. 지나치게 평범하다. 살짝 구김이 간 하얀색 셔츠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포인트를 주려고 한 듯, 셔츠 앞으론 검정색 반투명 선글라스를 걸고, 셔츠 뒤로는 오렌지색 백팩을 걸었다.

그냥 ‘경쾌하다’ 해야 할 이 그림에 슬슬 이상신호가 잡히는 건 순전히 ‘심리’ 탓이다. ‘흰셔츠’(2022)에 아직 튀지도 않은 얼룩이 먼저 보인다고 할까. 작가 이수진(39)은 바로 그 ‘불안심리’를 건드리는 작업을 한다. 특이한 점은 작품에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극적 요소가 없다는 거다. 차라리 그 직전이란 게 맞을 거다. 복선을 품은 이미지들을 통해 각자 상상의 깊이를 퍼올리는.

예전에 작가는 영화, 특히 공포영화에서 발견한 불안의 파편을 모아 현실에서의 막연한 불안·두려움을 구체화했단다. 눈앞으로 들이대니, 날카롭고 적나라했다고 할까. 그러던 게 최근 미디어의 장치를 벗어나 더더욱 평범한 일상의 장면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눈 뒤로 숨겨놓으니, 부드럽지만 긴장감이 높아졌다.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는, 그 불안과 함께 사는 법을 슬쩍 흘렸다고 할까. 여전히 그림은 ‘아무짓’도 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63길 오에이오에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일종의 평화’(A Kind of Peace)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오일. 31.8×40.9㎝. 오에이오에이갤러리 제공.

이수진 ‘제목 없는 책’(2022), 리넨에 오일, 45.5×53㎝(사진=오에이오에이갤러리)
이수진 ‘쓰이지 않은 종이’(2022), 리넨에 오일, 45.5×53㎝(사진=오에이오에이갤러리)
이수진 ‘기억을 지우는 불’(2022), 리넨에 오일, 24.2×33.4㎝(사진=오에이오에이갤러리)

오현주 (euano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