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전세사기피해, 전세보험도 '무용지물'…"제도개선책 절실"

유영규 기자 2022. 12. 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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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그 사기 행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허점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전세보험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 '나쁜 집주인'을 피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 대한 사전 정보 파악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 나옵니다.

수도권에 빌라·오피스텔 1천139 가구를 사들여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이다 사망한 '빌라왕' 김 모(42) 씨의 피해자들은 전세보험의 허점을 지적합니다.

빌라왕 피해 임차인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피해자 중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사람은 440명에 달합니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자의 전세 사고가 발생하면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법적 절차를 거쳐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대위변제합니다.

대위변제는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반환보증 가입자 중 171명은 전세 계약이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 10월 김 씨가 숨지면서 발생했습니다.

보증이 이행되려면 임차인들이 김 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해야 하는데, 그의 상속인이 결정되지 않아 해지 통보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4촌 이내 친족이 상속하지 않는다면 세입자들은 법원이 상속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김 씨의 경우 지난해 종부세 62억 원을 체납하면서 소유 주택이 압류된 데다, 주택들을 다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 상속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HUG의 느슨한 적격심사가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김 씨가 너무 많은 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전세금 반환 사고도 일으키고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보증 적격 판정을 낸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는 주거약자 복지를 위한다는 대의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며 "그런데도 다른 보증보험사와 비교할 때 심사 절차가 다소 느슨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는 리스크를 책임져야 할 기관으로서 미흡한 조처"라며 "보증 대상 물건에 대한 적격 심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HUG가 임대인의 보유주택 수와 각 물건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심사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이번처럼 전세 보증 지급이 대규모로 지연될 경우에는 정부가 긴급 지원비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고 했습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HUG는 오늘(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빌라왕 사기 피해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국토부 원희룡 장관이 직접 참석하는 이 설명회에서는 조속한 법률 절차를 진행해 대위변제 속도를 앞당기거나, 피해자 임시거처를 제공하는 등 정부 차원의 피해지원 방안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제도적 예방책을 담은 법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특히 전세 임차인이 집주인에 대한 여러 정보를 사전에 획득해 '나쁜 집주인'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발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최근 공인중개사법·부동산등기법·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을 개정한 '전세 피해 방지 3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게 '확정일자 부여일', '담보 대출', '선순위 관계'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부동산등기법 개정안에는 임대인이 미납한 국세·지방세 정보를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집주인의 체납 세금으로 인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국가와 시·도지사가 전세 피해 지원 기구를 설치하고,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에 나서도록 했습니다.

허 의원은 "정부가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법령상 설치·운영 근거가 없어 지속 가능성이 작다"며 "실효성 있는 피해 지원을 위해 이번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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