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정화되면 재개한다던 의대 정원확대 논의…“다시 논의할 때 됐다”
안정화 속 의정협의체 재가동 안갯속
복지부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재개 의사 시사
의사 단체 반발 불구…지자체·학계·병원업계 찬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의사 인력 확대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대를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코로나19 상황 안정화를 빌미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의사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풍토병화하면서 논의를 미룰 명분도 사라진 것도 이유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잠시 접기로 합의하고 논의를 잠시 뒤로 미뤘다.
의대정원을 둘러싼 입장은 지금도 첨예하기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병원들은 의대 정원 확충을 대체로 반기고 있지만, 의사 단체는 여전히 반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KAIST와 포스텍 같은 과학기술 특성화대학들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내세우며 의대 설립과 의대 증원을 주장하면서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안정화’ 덫에 걸린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21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을 끝으로 양측이 참여하는 의정협의체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4일 의정 합의에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의정은 당시 확진자 발생 추이, 거리두기 단계, 의료체계 대응능력, 치료제와 백신 접종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코로나19 안정화 기준을 정했다. 현재까지 의정협의체가 재개되지 않는 것은 양측이 합의한 코로나19 안정화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1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 대해 “의사 인력 확충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19 안정화 추세를 고려해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안정화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연초부터 국내 코로나19 안정화에 대해 정부에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이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들며 안정화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는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 걸이’식 기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일 확진자 수는 8만명대로, 올해 3월 최대 60만명이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남아돌아 폐기 처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자체·대학 “의대 설립”…지역불균형 해소 및 의사과학자 양성
지방자치단체와 KAIST, 포스텍 등 대학들은 새로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별 의료 불균형 해소를 내세웠고, 대학들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설립 이유로 들고 있다.
전남도는 의대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역대학은 물론, 연구기관과 협력해 지역 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국회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KAIST는 포스텍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명분으로 의대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다. KAIST는 현재 운영 중인 의과학대학원을 오는 2026년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포스텍도 내년에 의과학대학원의 문을 열고 2028년까지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에서 해마다 50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의료계는 여전히 ‘반발’…병원계는 정원 확대 환영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의사단체의 기에 눌러 의정협의체 재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복지부로서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논의를 재개하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의사들의 반발이 워낙 강하니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20년 정부의 ‘의대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의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부 의대생들은 같은 해 9월로 예정돼 있던 국가고시를 거부했다.
정부가 이달 8일 내놓은 필수 의료 지원 대책안에 의사 인력 공급 확대 추진 방안이 빠진 점도 이를 의식한 결과라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당시 공청회에서 “의료계와 코로나19 안정화 시점 이후 논의하기로 했는데 마냥 기다리지는 않겠다”며 의협과의 논의 재개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의사단체들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얼마든지 정부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뇌출혈, 심근경색처럼 급박한 업무에 투입될 의사가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단순히 전체 정원만 늘릴 경우 미용시술을 하는 의사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의사들이 활동하는 단체지만 병원들의 모임인 대한병원협회는 조금 다른 기류를 타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의대정원 확대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의대정원 확대는 큰 틀에서 동의한다”면서도 “공공의대 설립를 설립해도 실질적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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