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유통결산]②'예측불허' 식품업계

김아름 2022. 1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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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포켓몬빵 열풍·사망사고로 롤러코스터
원재료 인상 이어지며 릴레이 가격 인상
푸르밀 폐업 선언 한 달 만에 "사업 정상화"

올해 식품업계는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연초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가공유 시장의 중견 기업 푸르밀의 폐업 선언과 사업 정상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집중조명을 받은 곳은 SPC였다. 연초 '포켓몬빵'을 재출시해 양산빵의 역사를 다시 썼고 하반기 계열사 직원의 사망사고로 불거진 불매운동으로 일 년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SPC의 해

2022년 식품업계에서 단 하나의 제품을 선정한다면 단연 SPC삼립의 '포켓몬빵'이다. 포켓몬빵은 2월 출시 후 40여일 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 편의점마다 '포켓몬 빵 없습니다'는 메모를 붙여야 할 정도로 들어오는 즉시 동났다. 대형마트에는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았다. 포켓몬빵에 추억이 있는 30~40대는 물론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포켓몬을 접한 10~20대까지 수집에 나서며 포케몬빵 열풍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2022년은 포켓몬빵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사진제공=SPC

포켓몬빵은 5월까지 2000만개가 팔리며 가속도를 붙이더니 6월 한 달 동안 3000만개가 더 팔렸다. 8월 말에는 8000만개를 돌파하며 월 1000만개 페이스가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이달 초엔 1억개를 돌파했다. 국내 양산빵 시장에서 단일 제품이 연 1억개가 판매된 건 삼립호빵 이후 처음이다. SPC삼립은 최근에도 '포켓몬 호빵'을 출시해 1주일 만에 100만개를 팔았다.

포켓몬빵과 띠부띠부씰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다양한 스티커를 동봉한 유사 제품들이 업계에 쏟아졌다. CU는 지난해 10월 내놨던 '쿠키런 킹덤 빵'의 시즌 2·3를 잇따라 선보였고 2006년 나왔던 '케로로빵'도 되살렸다. 롯데제과도 '디지몬빵'을 선보였다.

SPL 직원 사망 사고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허영인 SPC그룹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승승장구하던 SPC였지만 하나의 악재가 모든 호재를 덮었다. 지난 10월 SPC의 계열사인 SPL에서 직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사고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고 직후 회사 측이 사과한 뒤 SPC 회장이 직접 빈소를 방문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막지 못했다.

가격 인상 릴레이

연중 이어졌던 가격 인상 릴레이도 올해 식품업계를 관통한 이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세계적인 원재료 대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곡창 지대다. 이 지역이 전쟁에 휘말리면서 밀과 팜유 등의 가격이 폭등, 원재료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국내 라면 1위 기업 농심은 지난해 8월 라면 가격을 올린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9월 또 한 차례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가격 인상 간격이 4~5년인 라면 업계에서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팔도와 삼양식품, 오뚜기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전쟁 여파로 밀 가격은 1년 새 배 이상 급등했다./그래픽=비즈니스워치

라면뿐만이 아니다. 우유·빵·음료 등 거의 대부분의 식품들이 올해 가격표를 새로 썼다. 원재료가 인상은 물론 인건비와 물류비, 전기·가스 요금까지 오르면서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 13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내년에는 주요 곡물 가격이 안정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같은 릴레이 가격 인상 추세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곡물 가격의 경우 6월 이후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수출이 재개되는 등 안정을 찾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식량지수도 지난 3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세다. 기업들도 원재료 가격이 제자리를 찾으면 올해 올린 제품 가격을 다시 손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가나쵸코우유는 계속된다

뜻밖의 소식도 있었다. 푸르밀이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직원을 전원 해고하겠다고 나섰다. 푸르밀은 비피더스·검은콩우유·가나쵸코우유 등을 생산하는 가공유 업체로,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PB제품도 생산한다. 대형 업체는 아니지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가공유 전문 기업'으로 자리잡았던 만큼 갑작스런 사업 중단 선언은 유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푸르밀은 그간 실적 악화로 인해 매각을 추진해 왔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강화하고 싶었던 LG생활건강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실사 후 매각이 무산됐다. 시설이 노후화해 인수에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LG생활건강이 손을 떼자 SPC에 손을 내밀었지만 이마저 불발됐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40년이 넘는 역사의 푸르밀이 문을 닫는다고 밝히자 임직원들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폐업 철회를 요구했다. 낙농가와 대리점주협의회, 화물 기사들은 집단 시위에 나섰다. 이에 폐업 선언 한 달여 만인 11월 8일 오너 2세인 신동환 대표가 나서 '사업 정상화'를 선언했다. 희망퇴직으로 직원 30%를 줄이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매출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해 내년 6월에는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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