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민 vs 허웅, 승부는 시즌끝까지

김종수 2022. 1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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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 시즌 전만 해도 DB팬들은 두경민(31‧183.3cm)과 허웅(29‧183.5cm)이 서로 떨어져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둘 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DB에 들어와 성장한 케이스로 이들을 보유함으로서 더 이상 가드 걱정은 하지 않을줄 알았다. 실제로 이정도 급의 선수가 무려 둘이나 함께 하게 되면 앞선은 리그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이를 앞세웠던 ‘DB 산성’을 통해 여러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듯이 언젠가 ‘원주 트윈테러’가 정상에서 포효할 것으로 믿는 팬들도 많았다. 아쉽게도 이들은 'DB판 스플래쉬 듀오'가 되지못했다. 개개인이 에이스 성향을 가지고 있는 특성상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비해 시너지가 제대로 발생하지 않았다.


볼을 오래 소유할 때 컨디션이 살아나는 두경민과 볼없는 움직임도 좋은 허웅은 언뜻 충분히 공존가능한 조합으로 보였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경민이 안정적으로 리딩을 해주면서 슈터로서의 허웅을 살려주고 빈틈을 살려 자신도 득점을 하는 것이었다. 합계 신장이 184cm가 되지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지만 이들의 공격력을 감안한다면 팀에서 전략적으로 커버해줄 수 있는 가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둘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경민은 포지션은 1번이지만 리딩, 패싱게임 등에서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다. 자신의 공격력을 앞세워 득점에서 리드해 나가는 돌격대장 스타일이다. 간혹 리딩에 신경쓰면서 플레이할 때도 있지만 신바람이 나려면 본인이 고득점을 올려야한다.


경희대 시절에는 어지간한 1번 이상의 게임메이커 능력을 겸비했던 김민구가 지휘자로서 함께했다. 당시 두경민은 신장으로인해 1번으로 나설 뿐 실질적으로 2번 역할을 했다고 보는게 맞다. 허웅은 김민구와는 다르다. 어시스트 등 꾸준히 다른 영역까지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하는 스코어러다.


결국 DB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의 선택은 허웅이었다. 2021년 6월 한국가스공사에 두경민을 내주고 강상재·박찬희를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킨다. 기량 자체는 정규리그 MVP출신인 두경민이 못할 것이 없었지만 어려운 사용법+허웅의 스타성과 발전가능성 등이 두루 체크되었다는 후문이다.


두경민은 수난(?)은 거기서 그치지않았다. 그는 비시즌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이른바 찬밥신세를 면치못했다. 대어급으로 분류됐던 것과 달리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잦은 부상에 더해 성향, 행보 등 외적으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그렇다고 한팀의 전력을 바꿔놓을 정도로 압도적 기량을 갖췄거나, 많은 열성 팬을 보유한 것도 아니었던지라 불안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할 메리트가 떨어졌다고 보는게 맞다.


반면 허웅은 원소속팀 DB를 포함해 많은 팀에서 관심을 보였다. 매시즌 기량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데다 상품성까지 높았던지라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허웅은 선택권이 많은 상황에서 절친인 이승현과 함께 KCC를 선택한다. 이에 허웅의 빈자리를 메울 주전가드가 필요했던 DB는 두경민을 다시 데려오기에 이른다. 친정팀으로의 복귀라는 명분이 있기는 했으나 두경민 입장에서는 딱히 선택권이 없었다.

 


어쨌거나 2번의 이적에 직간접적으로 허웅이 영향을 끼쳤던지라 프라이드 강한 두경민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공산이 크다. 둘 사이에 특별히 라이벌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상황의 라이벌이 된 모습이다. 현재 두경민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있는 모습은 빼어난 기량으로서 DB를 이끌며 개인 성적과 팀성적을 모두 잡아내는 것이다. 이는 KCC로 둥지를 옮긴 허웅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둘의 성적은 팽팽하다. 두경민은 18경기에서 평균 16.78득점, 2.94어시스트, 2.3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DB의 득점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허웅 또한 23경기에서 16.57득점, 5어시스트, 2.36리바운드, 1.04스틸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있는데 기존 슈터 이미지에서 리딩, 패싱게임까지 가능한 전천후 듀얼가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는 모습이다. 양선수 모두 자신의 소속팀에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작은 두경민이 좋았다. 두경민은 시즌초 DB의 상승세를 이끌며 팬들 사이에서 ‘역시 DB에 맞는 조각은 두경민이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그로인한 컨디션 저하로 인해 주춤했는데, 반대로 허웅은 기복없는 모습으로 KCC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며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두경민은 올시즌 제대로 독기를 품은 듯 하다. 16일 현대모비스전에서 2득점에 그친 것을 비롯 야투성공률 12.5%로 팀패배의 원인중 하나로 지목받았을 때만 해도 한동안 제대로된 컨디션을 못찾을 듯 싶었다. 하지만 이후 있었던 18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3점슛 13개를 시도해 9개를 성공하는 등 43점을 폭발시키며 111-80 대승을 이끌었다.


역대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 공동 10위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며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모습이지만 특유의 몰아치기는 여전하다. 거기에 올시즌 아시아쿼터로 한국을 밟은 필리핀 선수중 최고로 평가받는 이선 알바노(26‧185cm)가 안정감 넘치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어 기복있는 플레이와 리딩, 시야 등에서의 아쉬움을 덮어주고 있다. 과거 디온테 버튼과 함께하던 시절처럼 제대로된 우산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허웅은 제대로된 1번 파트너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산효과는 커녕 슈터인 자신이 리딩, 패싱게임 등까지 신경써야되는 입장이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역할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발전의 기회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필리핀 선수 영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KCC가 허웅의 부담을 덜어줄 파트너를 데려올 경우 적지않은 시너지가 예상되고 있다.


엇비슷한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경민과 허웅중 누가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지는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두경민의 몰아치기와 허웅의 성장세라면 시즌 끝까지 팽팽한 승부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위권에 쳐져있는 팀 순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어쩌면 진정한 승패는 여기서 갈릴지도 모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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