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③] 박해일 "탕웨이가 우는구나, 마침내..'헤결' 해준 이입해 어깨 다독다독"(청룡영화상)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박해일(45)이 최고의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중국 배우 탕웨이(43)와 잊지 못할 호흡을 곱씹었다.
올해 43회를 맞은 청룡영화상은 역사에 길이 남을 의미 있는 수상 기록으로 특히 많은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서스펜스 멜로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은 박해일과 탕웨이가 한 작품으로 남·여주연상을 모두 가져가며 완벽한 연기 호흡을 증명했다. 앞서 1963년 열린 제1회 청룡영화상에서 '혈맥'으로 김승호·황정순이, 1966년 제4회 청룡영화상에서 '시장'의 신영균·문정숙이, 1991년 제12회 청룡영화상에서 '사의 찬미'의 임성민·장미희가, 1992년 제13회 청룡영화상에서 '경마장 가는 길'의 문성근·강수연이 한 작품으로 주연상을 동시에 꿰찬 사례다.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과 탕웨이는 43년 청룡 역사상 다섯 번째 한 작품 동시 주연상이며 21세기 첫 기록이기도 하다.
박해일은 "청룡영화상을 통해 장해준(박해일)과 송서래(탕웨이)의 미결된 사랑이 완결로 끝났다는 영화 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게 봐주셨다면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싶다"고 인사를 건넸다.
탕웨이를 떠올리던 박해일은 "배우들이 집중하는 방식과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 그런데 탕웨이는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 스스로 상처를 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탕웨이가 촬영 중 발목을 접질러 다친 적이 있었는데 나를 비롯해 우리 모두 앞으로 촬영과 타지에서 고생하는 탕웨이의 상황이 안타까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탕웨이는 달랐다. 발목을 접지른 김에 송서래의 상처에 더 근접할 수 있어 오히려 잘됐다고 하더라. 그때 느꼈다. '탕웨이는 저런 스타일이구나'"라고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송서래가 가진 아픔이 느껴져 정말 가슴이 아팠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때 정말 예민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탕웨이는 이런 어려운 캐릭터를 그냥 자신의 것으로 만들더라. 한 번은 부산에서 그날의 촬영을 마치고 산책하러 해운대 바닷가를 걷는데 그곳에서 탕웨이를 만났다. 목발을 옆에 두고 발에는 깁스를 한 채 바닷가를 바라보며 혼자 앉아 있더라. 그 모습에서 모든 걸 내려놓은 송서래가 보였다. 탕웨이가 아니라 송서래 그 자체였다. 탕웨이는 그런 배우였다"고 떠올렸다.
올해 청룡영화상의 백미로 꼽혔던 정훈희와 크로스오버 라포엠의 '안개' 축하 무대도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았다. 1967년 발표된 가수 정훈희의 전설적인 명곡 '안개'는 '헤어질 결심'의 메인 테마곡 중 하나로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많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해일은 "사실 '헤어질 결심' 팀 모두가 정훈희 선생의 '안개' 무대를 직접 보게 될 줄 몰랐다. 아마 현장에 있는 모든 배우, 영화인들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하지도 못한 '안개'가 흘러나와 정말 깜짝 놀라고 심지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안개'라는 노래가 굉장히 오래전 노래이지 않나? '헤어질 결심'이 아니었다면 젊은 관객은 특히 접하지 못했을 노래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영화의 힘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지금 시대에 낯선 정서를 가진 노래가 시간을 견뎌 하나의 작품으로 만나 세대를 뛰어넘는 문화를 공유하게 만들지 않았나? 감성의 공유는 위대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원곡자인 정훈희가 선사한 절절하고 애절한 감동의 무대에 '헤어질 결심' 속 서래의 감정에 이입한 탕웨이는 객석에서 눈물을 왈칵 쏟아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탕웨이가 우는구나, 마침내'. 아마 그 순간 흘린 눈물은 탕웨이의 눈물이 아닌 송서래의 눈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탕웨이가 송서래를 준비하면서 또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안개'다.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탕웨이의 눈물이었다. 그런데 곱씹어보면 탕웨이가 누구보다 이 작품을 솔직하고 온전히 대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싶다. 감동적이었다"며 "같은 배우로서 탕웨이의 마스카라가 번질까 봐 걱정된 순간이기도 했다. 박해준(배우 박해일과 '헤어질 결심' 속 장해준)의 감정으로 탕웨이의 어깨를 다독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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