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김동연vs윤석열…두 정치 초짜의 '극과 극' 소통법
여야정협의체 구성 이후 협치 물꼬
경기도 내년 예산안 여야 합의로 통과
"민생에 여야 없다" 진정성 여야 공감
윤석열 대통령 일방 소통과 대조적
국회, 정치적 문제가 나라 살림 볼모
김 지사, 윤 대통령 불통행보 비판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민생파국 지름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정치 초짜'였던 그가 지방선거 직후 경쟁자였던 김은혜 후보에게 인수위원 추천을 요청했을 때도, 취임하자마자 경기도의회가 여야 동수인 상황에서 야당인 국민의힘 대표에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을 때도, 그의 '진정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낮은 단계의 정책적 '협치'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은, '연정'(聯政‧연립정부)을 기대했던 야당에겐 오히려 말이 좋아 협치지 '승자독식'을 포기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공공기관장 자리를 나누자는 야당의 요구에 "일 잘 하는 사람을 뽑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던 김 지사는 협치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게 의회 권력의 반을 가진 야당과 김 지사가 협치로 가기 위한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추경예산안 처리는 두 달 넘게 발목을 잡혔고,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는 기약 없이 뒤로 밀리기만 했다.
김 지사, 여야 없이 직접 소통…여야정협의체 협치 물꼬
포기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여야 의원들과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한 의원들을 여야 막론하고 직접 도담소(옛 도지사 공관)로 초청해 지역 현안과 여러 정책 아이디어들을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민선8기 다섯 달 만인 지난달 25일 여야정협의체가 꾸려졌다. 협치의 물꼬가 터졌다. 출범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한 번의 전체회의와 두 번의 안건조정회의가 열렸다.
협치의 성과를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의 경우 일사천리로 진행돼 공석이던 14곳 중 8곳이 채워졌다.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시한을 하루 넘기긴 했지만, 밤샘 협의까지 벌여 지난 17일 의회 문턱을 넘었다. 기회사다리, 기회소득 등 김 지사의 '기회패키지' 사업 예산 대부분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지역화폐 예산이다. 국민의힘 중앙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지역화폐 예산의 향방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측은 반대할 명분이 충분했다. 실제로 몇몇 지방의회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수인 곳들은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는 여야 합의로 경기도가 올린 904억 원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경기도 관계자는 "그동안 수없이 부딪히고,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공감대와 신뢰가 생기고 불신이 사라진 것이 이번에 예산안 협의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지역화폐 예산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민생예산이라는 부분에 공감했고, 무엇보다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라는 지사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앞으로 여야정협의체가 더욱 발전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종섭 대표의원은 "국민의힘쪽이 바라는 인사 부분까지 포괄한 도정 전반을 논의하는 협치를 위해 정무수석실에 양당의 정무라인을 두자고 지사께 제안했고, 받아들여져 추진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측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같은 신뢰가 쌓여 이번 예산안 처리가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지사 "尹,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민생파국' 지름길" 비판
소통방식에 있어 김 지사와 대비되는 또 한 명의 '정치 초짜'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윤 대통령이 특정 기자의 질문 태도를 문제 삼아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지는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은 최근 양적 소통은 확대하고 있지만 불편한 질문에는 귀를 닫는 양상이다. 지난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는 국민패널 100명이 참석했지만 부처 추천을 받아 선정된 데다 국민패널 질문 시간이 적어 '쌍방향' 소통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지난 20일 청년들에게 윤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설명하는 자리에 여권에 우호적인 청년들로만 채운 것도 '반쪽 소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취임 7개월이 지났지만 야당인 민주당과 일체의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지난 8월 취임 이후 윤 대통령에 수차례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답변조차 듣지 못했을 정도다.
야당과 협치는커녕 일방적인 소통 행보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에도 악영향이다. 국회는 법인세 인하와 경찰국, 인상정보관리단 예산 문제로 법정 처리 시한을 20일째 넘기고 있다. 정치적 요인이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나라 살림을 볼모로 잡은 형국이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이 예산안과 관련한 원칙론을 고수하는 것도 여야 간 타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야당과 소통하지 못하는 윤 대통령의 불통 행보에 대해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김 지사는 SNS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문제는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하고, 야당과 함께 예산안에 대한 합의부터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정책, 건강보험, 기후변화, 국민연금 개혁 등 난제를 푸는 첫걸음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불통과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결국 경제파국, 민생파국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두 정치 초짜의 소통법이 '극과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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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psygo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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