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나는 국가대표다

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2022. 12. 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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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첫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하면서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메시는 현존 최고의 축구 선수답게 골든볼을 품으며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9%의 확률을 뚫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였다. 대표 선수들은 안면 보호대를 쓰거나, 헤더로 머리에서 피가 나도, 휴식도 못 하는 강행군을 한 뒤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했다. 비록 16강에서 도전은 멈췄지만 국민들은 선수들에게 실망보다는 위안을, 질책보다는 박수를 보냈다.

필자가 대학원 다닐 때,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자네들은 지금 어디쯤 위치해 있나?" 질문이 뜬금없기도 하고,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학생이 "사는 위치를 묻는 것"인지 재질문을 하였다. 교수님은 어리둥절한 우리들의 모습에 "자네의 실력은 올림픽급인지, 아시안게임급인지 등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지"라고 다시 설명해 줬다.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 여러 대답이 나왔다. 필자의 대답은 "동네 대표"였다. 그 대답 이후에 많은 고민에 빠졌고, 그 해답을 지금도 찾고 있다.

심리학자인 매슬로는 인간의 5단계 욕구의 동기이론을 주장했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로 "의식주 생활에 관한 욕구 즉, 본능적 욕구를 말한다." 2단계는 안전의 욕구로 "사람들이 신체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3단계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로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소속감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4단계는 존경의 욕구로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말한다."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로 "자기만족을 느끼는 단계를 말한다."

그럼 나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일단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간강사 생활 이후 지금의 대학에 임용이 된 후 소속을 갖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1-3단계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려 의식주 생활이 불안정해지면서 1단계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또한 교육, 연구 등을 꾸준히 하면서 학문적 성취를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동기이론을 완전히 충족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4단계와 5단계에 가깝게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필자는 '-답다'라는 접미사를 참 좋아한다. '-답다'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의 뜻으로 '본디 성질이 있음을 뜻'할 때 쓰인다. '사람답다, 정답다, 우리 엄마답다'처럼 말이다. 반대말로 '-스럽다'가 있다. 역시 접사로써 유사한 뜻이다. 그러나 '본디 성질이 아니지만 그러한 성질이 있음을 뜻'할 때 쓰인다. "조잡스럽다, 쑥스럽다, 게걸스럽다" 등이 있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맞게, '-답게' 행동해야 한다. 메시는 '메시답게', 국가대표는 '국가대표답게', 교수는 '교수답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그 누구의 대표 선수다. 우리는 모두 이름을 쓰고 있다. 성은 대개 부계로부터 물려받고 있으며, 이름이 불리는 순간에는 개인과 가족을 대표하고 있다. 집안에서는 자녀답게, 부모답게 등등의 역할이 있고, 집 밖에서는 가족을 대표하고, 자기 지역을 대표하며, 외국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대표가 된다. 이처럼 우리 각자는 자신, 가족, 지역, 회사,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 필자는 요즘 '어른답게'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 비슷한 말로 '명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우리 모두 알지만, 그 뜻을 행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행하기 위해 질문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른다운' 것은 무엇인가? 후학, 제자, 자녀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 자신부터 연구를 충실히 하는 것이다."처럼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고 있다. 그래야 나는 누구의 아들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목원대 교수로서, 대전시민으로서, 한국 대표로서, 또 그 무엇의 대표로서 진정한 '어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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