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덫에 빠진 ‘오은영 결혼지옥’[MK초점]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2. 12. 22. 0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은영 리포트’. 제공| MBC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이 반복되던 수위 논란 끝에 결국 터졌다. 의붓딸 신체접촉으로 아동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프로그램 폐지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다. 제작진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으나, 기사회생할 지는 미지수다.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혼지옥’은 지난 19일 ‘고스톱 부부 편’에서 재혼 부부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공개된 VCR 중 새아빠인 남편이 7살 된 의붓딸의 신체를 만지는 모습이 논란을 야기했다.

새아빠는 딸과 놀아준다는 명목으로 싫다는 딸을 끌어안고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는 등 신체 접촉을 했다. 가정폭력상담사로 일하는 아내는 아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적극적으로 상황을 중재하거나 아이를 빼내는 등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영상을 본 오은영 박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엉덩이는 친부라고 해도 조심해야 하는 부위다. 아이가 만 다섯살이 넘으면 이성의 부모가 목욕할 때에도 아이의 생식기를 만지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아동 성추행”이라고 문제 제기하며 분노했다. 방송을 명분으로 아동학대를 방조했다며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를 비판했다.

파장은 컸다. MBC 시청자소통센터 홈페이지에는 제작진의 사과와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3000여건의 민원이 쇄도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경찰청 스마트 국민 제보를 통해 해당 방송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신고했고, 전북 익산경찰서가 이를 접수해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논란이 불거진 뒤 해당 장면만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한 MBC는 이틀 만인 21일 사과 입장을 냈다.

‘결혼지옥’ 제작진은 “‘고스톱 부부’편은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아내와 그 상처까지 사랑하기로 결심한 남편이 만나 아내의 전혼 자녀인 딸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며 “아내는 남편을 아동 학대로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행동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문가 분석을 통해 ‘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나아가 저희 제작진과 오은영 박사는 이 가정과 아동의 문제를 방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 한다.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은영 박사와 함께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은영 박사에게 향한 비판의 화살은 제작진 불찰이라고 돌렸다.

제작진은 “오은영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되어,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다”라고 오 박사를 감싸며 “앞으로는 실제 녹화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온전히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결혼지옥’에서는 최근 고수위, 고자극 사연들이 이어진 터라 이번 사태에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0월 3일 방송된 국제부부 사연에서는 일은 하지 않고 게임만하는 남편이 생계를 책임지며 남편 부양까지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아내에게 폭언을 쏟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여기에 ‘널 사왔다’는 막말까지 하는 남편에게 시청자들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분노했다.

또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맥락 없이 잠자리를 요구하는 남편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남편은 아내가 밖에 나가 친구들과 식사를 하며 돈을 쓴 것에 대해 화를 내던 중 “안해줘서 화가 났다”며 “나가서 밥도 먹었으면 (잠자리를 해줘야 한다)”고 대가성 잠자리를 요구했다. 이 외에도 모든 대화가 잠자리 요구로 귀결되며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했다.

이 외에도 결혼 생활 중 두 차례나 외도를 하면서 7~8년이나 생활비도 안줬던 남편이 아내에게 “잊으라”고 요구하며 외도 상대 편을 드는 모습이나 쌍둥이를 출산한 뒤 산후우울증을 앓는 아내에 욕설과 폭언, 폭행을 했던 남편의 사연 등은 ‘결혼지옥’의 기획 의도를 믿기 어렵게 했다.

부부간의 자극적인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쉽다. 하물며 누구나 볼 수 있는 지상파에서 방송된다면 말할 것도 없다. 공영방송 MBC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매운맛처럼, 자극적 방송은 점점 더 큰 자극을 좇게 된다.

제작진은 입장문에서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은 자발적으로 오은영 박사와 제작진을 찾아온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반전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의도만큼이나 제작 과정의 세심함과 결과물의 올바름 또한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을 믿고 일상의 관찰을 허용해 준 가족들의 신뢰를 무겁게 마음에 새겨 그분들의 실질적인 행복에 기여하고 모든 시청자가 수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도 과도한 방송 출연에 따른 부작용을 생각해봐야 한다.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전파를 탄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이어 채널A ‘금쪽상담소’에서 아이들을 주의깊에 면밀히 관찰하며 솔루션을 내놓은 것과 달리 올해 선보인 방송에서는 “역시 오은영”이라는 감탄 못지않게 “오은영 박사가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나”라는 아쉬움도 따랐다.

위기 가정에 더 큰 풍파를 부른 제작진의 다짐이 받아들여질 지는 시청자들에게 달렸다. 환골탈태 하지 못한다면 한번 떠난 마음을 다시 잡긴 어려울 것이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