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는 ‘부부 상담 예능’…도대체 왜?

‘결혼지옥’ 부적절한 자녀 노출 비난
프로그램 폐지 주장 게시글 500여개
성인 남성-미성년자 여성 임신 소재
‘고딩엄빠2’ 도 “보기 불편하다” 지적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MBN ‘고딩엄빠2’ 등 시청자 고민 상담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잇단 거센 비난에 맞닥뜨렸다.

제작진이 출연자 가족의 결혼생활과 육아 고민을 자극적으로 다루면서 사회적 통념을 거스른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급기야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폐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결혼지옥)은 오은영 정신건강의학박사가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의 고민을 풀어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출연 부부의 자녀를 지속적으로 노출해 시청자 비판을 샀다.

급기야 19일 방송에서는 재혼 가정의 남편이 7세 의붓딸에게 ‘애정 표현’이라며 신체접촉을 하는 장면이 등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21일까지 MBC 시청자소통센터 상담실 게시판에는 “아동 성추행을 미화했다”,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게시글이 500여개 게재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도 29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또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해당 방송과 관련한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받아 내용을 파악 중이다. 이에 제작진은 이날 오후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가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해당 장면을 다시보기 영상 등에서 삭제했다.

‘고딩엄빠2’도 최근 성인 남성과 미성년자 여성 사이의 임신과 결혼 소재를 반복해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고교시절 30대인 남편을 만나 혼전임신을 한 여성, 만 18세에 열 살 연상의 남편과 만나 5남매의 엄마가 된 출연자 등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관계를 일상화시켜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또 나이차가 지나치게 많이 나는 남녀의 부부생활을 “시트콤 같다”고 표현하는 등 관련 주제를 지나친 흥미 위주로 풀어내는 연출 방식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방심위에 따르면 방송 이후 시청자 민원이 200여 건까지 급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의 내용이 악용될 소지가 있음에도 제작진이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추거나 윤리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양한 가족의 양태를 보여준다는 본래 기획의도가 흐려지고 이슈몰이에만 치중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