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경영' 외치던 네이버의 블록딜… 자이언트스텝 주주들 '울상'

양진원 기자 2022. 12. 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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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 多… "사전 공시 도입해야"
네이버가 특수시각효과(VFX)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의 지분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면서 자이언트스텝 주주들의 한숨이 깊다. /사진=뉴스1
네이버가 특수시각효과(VFX)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의 지분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자이언트스텝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이번 블록딜은 상생 경영을 뒤로 한 채 소액 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자금을 확보해 북미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기업 '포쉬마크'를 인수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개미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여파를 정통으로 맞은 탓이다.

네이버는 보유 중인 자이언트스텝 지분 160만주 가운데 80만주를 매각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주당 매각가는 전일 종가(2만1050원) 대비 6.5%의 할인율이 적용된 1만9700원으로 총매각가는 157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매각 주관사를 맡았다. 지분율은 7.31%에서 3.70%로 줄었다.

앞서 네이버는 2020년 9월 자이언트스텝에게 70억원을 투자했고 다음해 12월엔 자이언트스텝 유상증자에 나서 70억원을 추가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투자금보다 많은 차익을 거뒀지만 지분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자이언트스텝 주주들은 한숨이 깊다. 블록딜 소식이 알려지자 자이언트스텝 주가는 전 거래일(2만1050원)보다 14.25% 떨어진 1만8050원을 기록했다. 지난 21일도 떨어진 채 주가는 횡보했다.

블록딜은 대규모 매도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이 끝난 후 주식을 처분하는 거래 방식인데 통상 대주주가 현금이 필요하거나 인수합병(M&A), 경영권 승계 시 종종 진행된다.

하지만 회사에 악재가 있다는 신호로 여겨져 주식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증시가 부진한 최근 상황에서 블록딜 이슈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이들은 정보가 취약해 시장의 불확실성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대주주 블록딜에 주가 하락 이어져… 사전 공시 논의↑


사진은 네이버 신사옥 1784. /사진=뉴스1
국민은행은 지난 8월19일 갖고 있던 카카오뱅크 주식 1480만주를 전날 종가(3만1200원) 대비 8% 할인한 2만8704원에 블록딜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전날 종가보다 8.17%(2550원) 하락한 2만86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하루 새 1조1670원이 증발했는데 소액 투자자 손실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블록딜 이후 주가 하락 사례가 빈번해지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도 나왔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정)은 상장법인의 주요주주가 보유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장내(블록딜 포함)에서 매도할 때 사전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동안 블록딜에 대한 사전 공시가 이뤄지지 않아 주가 급락 시 정보력이 부족한 소액 투자자가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이 처한 정보 비대칭적인 상황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이 의원은 "미국은 주요 주주의 주식 매도에 대해 신고서 제출 의무를 부여하고 사전거래계획서도 제출하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공시·불공정거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아직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용우 의원실은 "현재 법안은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기 위해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이번 블록딜 매도는 네이버가 추진하고 있는 '상생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상생 경영이 중·소상공인들과의 협력을 목적으로 하지만 넓게 보면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이버는 최근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불복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신뢰도에 흠집이 났다.

네이버가 가장 원하는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도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를 강조했지만 카카오 서비스 마비 사태 이후로 규제 바람이 불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하는가 하면 온라인플랫폼 심사지침 등 규제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네이버는 자산 유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블록딜을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포쉬마크 인수에 따라 불어난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향후 영업현금을 창출하고 일부 보유 투자 자산들을 유동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쉬마크의 인수 대금 마련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엔 선을 그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금액이 인수대금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며 "이번 블록딜을 1차원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에 유입된 자금은 얼마든지 다른 경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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