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 "안중근 의사의 삶, 대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SS인터뷰]

조은별 2022. 12. 2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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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배우 정성화는 지난 13년간 안중근(1879~1910)으로 살았다. 2009년 초연한 뮤지컬 ‘영웅’의 오리지널 캐스트로 무대에 섰던 그는 21일 뮤지컬을 영화화한 동명 영화 ‘영웅’으로 영역을 넓혔다.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2004년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뒤 간간히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했지만 스크린 주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성화는 “뮤지컬이든 영화든 관객의 믿음은 배우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영웅’에 ‘올인’했다고 강조했다.
◇안중근 연기 위해 14㎏ 감량...무대에서 ‘블랙아웃’겪기도

정성화는 영화 ‘댄싱퀸’(2012) 출연을 계기로 당시 제작자였던 윤제균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도 뮤지컬 ‘영웅’에 출연하고 있던 그는 윤 감독을 자신의 공연장에 초대했다.

‘영웅’을 관람한 윤 감독은 뒤풀이 자리에서 “이 작품은 뮤지컬로만 하기에는 아깝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 다음 시즌 재차 관람 뒤 “영화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정성화 자신이 윤 감독 영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감독님이 사무실로 오라고 하더니 갓 구운 빵처럼 따끈따끈한 시나리오를 뽑아줬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다. 행여 뮤지컬에 누가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중근 역을 위해 모든 걸 다 쏟아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람들이 정성화를 안중근처럼 여길 수 있게 살을 빼야 한다”는 윤감독의 주문에 따라 86㎏에서 72㎏으로 체중을 14㎏가량 감량했다. 방울토마토를 입에 달고 살았다. 기력이 쇠해서 공연장에서 ‘장부가’를 부르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쓰러졌다. 공중에 뜬 채 리프트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는데 다행히 줄에 매달려 살 수 있었다.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지만 정성화는 첫 주연 작품을 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섰다.

“2009년 ‘영웅’에 처음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뮤지컬 배우로 전업한지 얼마 안됐을 때라 마냥 좋기만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이도 많고, 영화산업도 경험해보니 두려움이 앞섰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간 프로젝트를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뮤지컬에 누가 되지 않을까, 주변의 기대와 책임의 무게에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안중근으로 산 13년, 언행 조심...역사 통해 긍지와 미래계획 세울 수 있기를

익히 알려졌다시피 ‘영웅’은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이 진행됐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장부가’의 경우 무려 13번이나 촬영했다. 그는 “마지막 촬영을 할때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지 안 부르는지조차 모를 만큼 무아지경에 빠졌다”며 웃었다.

극중 안 의사가 사망 전 동생들에게 자신의 유해를 고국에 안치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성화는 “그 장면은 유독 여러 번 봤다”며 “볼 때마다 눈이 빨개지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안의사의 유해는 아직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13년간 안중근으로 살아온 정성화는 행여 자신 때문에 누를 끼칠까 평소 몸가짐과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는 등 실제 안중근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정성화는 “안중근 의사는 대단한 리더다. 작품할 때도 그분의 리더십을 닮아야겠다 생각한다”며 “내가 안중근 의사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영광”이라고 했다.

영화 ‘영웅’이 개봉하는 21일부터 뮤지컬 ‘영웅’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했다. 스크린과 뮤지컬, 양 쪽에서 정성화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정성화는 “뮤지컬은 장소의 한계 때문에 많은 관객이 볼 수 없고 지방 관객의 경우 서울까지 와야 하는데 영화 ‘영웅’이 궁금증과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영웅’을 통해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느끼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 모습과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뮤지컬 ‘영웅’이 8세 이상 관람가라 딸이 아직 보지 못했는데 영화는 가족과 꼭 함께 보고 싶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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