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유럽시장 직판 ‘만지작’

김명지 기자 2022. 12.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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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채용 면접에서 “유럽 직판 고민”
내년이면 유럽시장 진출 8년 째
글로벌 판매사와 50대 50으로 순익 나누는 구조
“원가 절감하려면 계약 해지 직판이 수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이재용 부회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삼성전자 제공

“유럽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하는 경력 사원 채용 과정에서 한 지원자가 최종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오가논(미국 MSD 자회사)을 통해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다. 이날 면접 질문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에피스가 판매 계약 종료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유럽 시장 직판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합작법인으로 법인이 출범한 지 10년 만이다. 내년이면 에피스가 바이오젠에게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3종에 대한 유럽 판매 독점권 계약을 맺은 지 10년이 된다.

바이오젠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베네팔리와 임랄디, 플락사비 등 3종과 황반변성 치료제인 바이우비즈 등 4종을, 오가논은 항암제인 허셉틴과 아바스틴을 판매한다. 베네팔리는 화이자의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 , 플락사비는 얀센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와 임랄디는 애브비 휴미라(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다.

에피스가 유럽 시장 직판을 고려하는 것은 ‘이익을 더 내기’ 위해서다. 바이오젠과 에피스는 지난 2013년 계약에 따라 유럽에서 판매 순수익의 절반(50%)을 나눠 갖는다. 바이오젠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9월까지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4종 누적 매출은 5억7600만 달러(약 74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바이오젠이 에피스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지난 9월 30일 기준 5380만 달러(약 690억원), 지난해 말 기준 1억 4870만 달러(약 1913억원)에 그쳤다. 내년이면 에피스 제품이 유럽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한 지 8년째가 된다.

바이오젠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30일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3종의 누적매출이 5억 7630만 달러를 기록했다./SEC 분기보고서 캡처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직판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고, 에피스 입장에서도 지금쯤이면 유럽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히 쌓였을 것”이라며 “직판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파트너사 판매 수익 사이에 손익분기점(BEP)를 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직판으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바이오젠이 갖고 있던 에피스 지분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두 인수한 것도 이런 고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결회사였지만, 올해 지분 정리로 완벽한 ‘남남’이 됐다. 바이오젠이 지난 2019년 에피스 제품을 생산하던 덴마크 힐레뢰드(Hillerød) 공장을 후지필름에 매각하면서, 생산기지 확보의 장점도 사라졌다.

여기에 후지필름이 올해부터 공장 증설 등 작업에 돌입하면서 생산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바이오젠은 보고서에서 “현재 임랄디 제조 업체와 시설 규제 검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임랄디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오젠에 따르면 베네팔리도 이 시설에서 생산되고 있다.

바이오젠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회의적인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바이오젠은 ‘치매 치료제’ 신약 개발에 온 전력을 쏟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 성장세도 주춤하다.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올해 3분기 누적 수익은 1억 295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5780만 달러)와 비교해 17.9% 줄었다.

하지만 에피스가 지금 당장 계약 파기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에피스와 바이오젠이 맺은 유럽판매 독점권 계약은 시장에 팔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10년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베네팔리’는 2016년 유럽의약청(EMA) 판매 허가를 받고 판매를 시작했으니, 판매독점권은 2025년 만료된다.

지난해 바이오젠과 에피스가 6000만달러(약 780억원) 규모의 5년 계약 기간 연장 옵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에피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가 절감을 위해 자체적으로 해외 직판을 고민하는 것은 맞는다”라면서도 “바이오젠 지분 정리와 판매 파트너십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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