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바라보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감산 안 하면 다 죽는다”

황민규 기자 2022. 12.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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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분기 낸드 사업 적자전환 가능성
“이 추세면 내년 2분기 모든 메모리기업 적자”
삼성전자 감산 결정 여부에 메모리 업계 주목
“이재용 시대 첫 메모리 적자…경영진에 부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메모리업계 공룡들의 이번 4분기 낸드플래시 사업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적인 소비 수요 침체로 낸드에 이어 D램마저 수익성이 악화하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다수 메모리 기업의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지난 3분기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며 선을 그었던 삼성전자가 마음을 돌릴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 마이크론 매출 46.6% 곤두박질 예상

22일 반도체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4분기 매출이 46.6%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적자의 폭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신 일각에선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SK하이닉스 역시 자회사인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사업부문)의 손실까지 합치면 적자폭이 1조원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오는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조~3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분기 기록한 5조1200억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년 동기 8조84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6조9420억원에 머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낸드 사업의 경우 이르면 4분기부터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에 비해 뛰어난 원가절감 기술과 고부가가치 낸드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가격 하락폭이 너무 커지면서 결국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낸드 가격은 전분기 대비 18% 이상 하락했고 4분기에는 최대 25% 떨어졌다. 삼성이 예상한 하락세보다 심각하다는 의미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주요 메모리 기업의 실적을 좌우할 요소로 삼성전자의 4분기 ‘감산’ 여부를 꼽고 있다. 이는 경쟁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없다면 다른 기업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조차도 내년 2분기에 적자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 싱가포르 생산기지. /마이크론 제공

◇ 1위 공급자 삼성에 쏠린 눈

앞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이 감산에 돌입한 틈을 타 공급량을 늘려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회복되면서 점유율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메모리 사업부가 적자로 전환하는 사태까지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메모리 사업이 적자를 기록할 경우 경영진에 가해지는 압력이 적잖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권오현 전 회장 시절부터 다져놓은 탄력적인 포트폴리오 조절 능력은 그동안 삼성이 불리한 시장 환경에서도 일정한 수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됐다”며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은 팬데믹과 전쟁, 인플레이션에 지정학적 변수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삼성 메모리 사업부의 적자전환은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만큼 적자를 감수하며 현재의 공급량을 고집할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1336억달러로 올해(1593억달러)에 비해 16.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 WSTS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률을 -17.0%로 예상하면서 반도체 시장 전체(-4.1%)의 역성장 폭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측했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분기 하락 폭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라며 “가전 등 완제품 수요 위축이 이어진 가운데 서버용 D램 출하량마저 둔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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