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도 극강의 가성비… 내년엔 ‘체리슈머’들의 조각투자 ‘주목’

백윤미 기자 2022. 12.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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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개념 정도로 인식돼 소수의 투자자에게만 관심을 받던 부동산 조각투자가 내년에는 활발해질 거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금융권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당국도 조각투자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수요가 늘면서 조각투자를 할 수 있는 프롭테크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소 카사가 상장한 건물들. /카사 제공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다음 달 금융위는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준수해야 한다. 실물 가치에 근거해 발행해 비트코인 등 다른 디지털 자산보다 리스크가 작다는 점이 특징이다.

증권형 토큰은 부동산, 미술품, 주식 등 자산을 분할 소유(조각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등에 대해 지난 4월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사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조각투자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은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내년 국내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전략적 소비자를 가리키는 ‘체리슈머’의 등장을 꼽았다. 체리슈머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컨슈머를 합성한 단어다. 본래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먹듯 혜택만 누리는 얌체 소비자라는 부정적인 체리피커의 인상에 현명한 소비자의 이미지가 더해 만들었다.

체리슈머들의 대표 소비 전략 중 하나는 공동구매다. 너무 사고 싶지만 모든 비용을 혼자서 부담하기에 부담스러울 때 여러 사람이 함께 사고, 비용은 나누는 것이다. 부동산 조각투자도 그 일환이며, 이 외에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OTT 계정을 공유하거나 당근마켓에서 최근 내놓은 주민 공동 구매 서비스 ‘같이사요’ 등이 있다.

프롭테크 업계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기는 모습이다.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소 카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제공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조각투자 시장도 더 신뢰를 받으면서 안착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이를 배경으로 뛰어난 입지에 안전하게 투자가 가능한 부동산을 상장하는 등 시장을 개척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중 상당수는 이미 조각투자를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은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수 10만회를 돌파했다. 소수 자산가들만 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고액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증권형 토큰(STO) 방식을 이용해 수십만개의 디지털 자산증서(DAS)로 분할 발행해 소액 투자가 가능하도록 한 앱이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월간 활성 이용자는 3만3000명 정도다. 이 업체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부산 해운대 엘시티 등 두 번의 공모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앞으로 출시될 조각투자 플랫폼도 관심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강남 한복판에 있는 랜드마크 부동산을 소액·일반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각투자 플랫폼 ‘리얼바이’ 역시 최근 진행한 모의 베타 서비스에서 4000명 이상이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권 등에서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며 협업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상업용 부동산 6곳 공모에 성공하며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소 ‘카사’는 지난 19일 키움증권과 계좌관리기관 업무 제휴를 맺었다. 키움증권은 금융위의 투자자 보호 원칙에 근거해 카사 거래소 내 투자자 명의의 계좌 개설·관리 등을 총괄한다.

이 외에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빌딩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루센트블록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인기 햄버거 프랜차이즈 ‘다운타우너’,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비건카페 새비지가든 등을 공모했다. K증권도 펀블과 STO 관련 협업을 진행 중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한국주택학회 부회장)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도 이제 여러 사람이 분산, 소액투자 형태로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시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체리슈머들 흐름에 부합한다”면서 “개인 투자자와 금융권의 자금이 더욱 다양하게 들어오면서 투자가 이뤄지면 결국 주택 품질도 높아지고 전반적인 주거 수준이 올라가는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조각투자는 리츠 등으로 이미 있어 왔다”면서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조각투자 관련 제재를 푸는 등 부동산이 금융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부동산은 실질적으로 수익률이 따라줘야 하는 상품인데 현재 시장이 침체돼있는 만큼 투자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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