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아인혼 비공개 면담… ‘대북제재 저승사자’의 한 手?
박진 외교부 장관이 최근 방한(訪韓)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를 비공개로 면담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대이란 제재를 담당한 아인혼 전 특보는 한 때 ‘대북제재 저승사자’라 불렸는데 우리 외교 당국이 북한의 핵 폭주에 대응해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여러 관측을 낳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주 외교부 청사가 아닌 모처에서 아인혼 전 특보와 비공개로 만났다. 현재 미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아인혼 전 특보는 16~17일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2022 한미핵전략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 자리에는 박 장관 뿐만 아니라 이달 초 부임한 김준표 신임 북미국장 등 일부 외교부 당국자들도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이 전직 관료 등 방한한 미 조야(朝野)의 인사들을 접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아인혼 전 특보가 2010~2013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밑에서 비확산·군축 업무를 담당했던 ‘대북 제재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얼굴만 보는 만남은 아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북한의 돈줄을 차단할 독자 제재들을 준비 중인 가운데,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곳을 잘 알고 있을 아인혼 전 특보에게도 의견 수렴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아인혼 전 특보의 전임자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였다.
아인혼 전 특보는 그동안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 압박, 상당한 핵·미사일 전력을 보유한 북한에 대응할 강력한 한미 핵 억지력 구축 등을 강조해왔다. “김정은이 ‘완벽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동의하지 않고 합법적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려 한다”며 향후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특정한 현안을 갖고 논의하는 회동은 아니었다”고 했다. 박 장관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아인혼 전 특보와 서울, 워싱턴에서 만나거나 이메일 등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장기간에 걸쳐 친분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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