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와 고독사]② 홀로 된 5060, 독거노인보다 치명적
건강도 악화 극단선택 욕구 높아…지원대책 절실
[편집자주] 통계청 조사 결과 예상과는 다르게 1인 가구의 진짜 민낯은 우리 사회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연 소득은 채 2700만 원이 되지 않았고, 자가 비중은 낮았습니다. 또 대부분의 1인 가구 연령층은 50~60대에 몰려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고독사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 쓸쓸하게 혼자 세상을 살아가다 뒤늦게 발견된 이들의 절반 이상도 50~60대였습니다. 뉴스1은 1인 가구와 고독사라는 상관관계, 그리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50~60대 현실을 담은 기획물 3편을 만들었습니다.
(서울=뉴스1) 박상휘 박혜연 이정후 기자 = 박성규씨(58·가명)도 한때는 이상적인 가정을 꿈꿨다. 풍족하진 않더라도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퇴근 후 따뜻한 방 한편에서 저녁을 먹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상상이 현실이 되기에는 성규씨의 삶이 순탄치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 많은 식구는 성규씨를 일찍이 노동 현장으로 내몰았다.
어린 시절부터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한 성규씨는 전국 곳곳을 옮겨 다녔다. 일이 있고 몸을 누울 곳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던 성규씨는 넉넉하지 않은 경제 사정에도 틈틈이 부모님을 살폈다. 힘들어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던 성규씨에게 고통이 찾아온 건 건설 현장에서 신체를 다치면서부터 시작됐다.
힘들게 번 돈은 치료에 쓰기에도 벅찬데, 아파서 당장 일을 하지 못하는 건 당장의 생계에 더한 고통을 가져왔다. 주거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성규씨는 별다른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사실 당시 성규씨는 자신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혹은 도움을 요청할지도 몰랐다. 친척들과도 멀어져 갔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일부 남은 친척들과도 서서히 왕래가 끊어졌다. 그렇게 임대주택과 고시원, 여관 등을 전전하던 성규씨는 서울 한 도심의 쪽방촌까지 흘러들어왔다. 혼자 살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성규씨는 "외로움"이라고 답했다.
◇ 위기의 중장년층 1인 가구…핵심은 낮은 연계와 불안정성
성규씨는 5060 중장년층 1인 가구 중 빈곤층의 대표적인 사례다. 성규씨와 비슷한 중장년 빈곤층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의 현 상황을 요약하면 '낮은 연계와 불안정성'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연구원이 주최한 1인 가구 정책 포럼에서도 중장년층 1인 가구의 위기에 대한 현상과 진단이 자세히 나온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1인 가구 유형별 일상생활 실태와 정책 욕구' 발제에 따르면, 중장년층 1인 가구는 상용직보다 임시, 일용직 비중이 높고 소득수준도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50대 1인 가구의 소득 수준은 다인 가구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지만 독거노인과 같은 복지 혜택은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중장년층 1인 가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건강 악화다. 중년기 신체적 정신적 건강 지표가 악화돼 다인 가구와 건강 격차가 큰 편으로, 만성질환율이 높고 우울증, 극단적 선택 욕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약한 사회관계망도 문제다. 성규씨처럼 혼인 경험이 없을수록 사회관계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고, 이는 휴식 없이 일에만 몰두하게 하거나 음주 비중이 높다. 간간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지 않고 강도가 약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우리가 만난 성규씨 역시 이 같은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부 남아있는 친척과도 연락이 끊어진 성규씨는 사회적으로 낮은 연계는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성규씨는 "쪽방촌에 산 지 햇수로 10년 됐어요.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다치고 아프고 하면서 결국 이곳까지 왔는데, 주위 사람 모두 비슷할 겁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연락해 볼 생각은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 "친척이 있기는 한데 이제는 연락도 끊겼고, 혼자 사는 거죠. 굳이 찾자면 찾을 수도 있는데 서로 부담만 될 테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지자체나 지역사회에서 마련한 조소 모임 등 커뮤니티에 참석한 적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도 성규씨는 "일을 하려면 그런 수업은 듣기가 힘들어요. 또 그런 모임에 나가서 할 말도 별로 없습니다. 몸도 힘들고요"라고 설명했다.
쪽방촌에서 만난 이일우씨(64·가명)도 1인 가구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의지한 것은 술이라고 말했다. 이혼 후 1인 가구가 된 일우씨는 "처음에는 외롭고 고독하다 보니 술을 많이 마셨다"며 "지금은 여러 단체의 도움으로 나는 술을 끊었지만 주위에는 여전히 중독자가 많다"고 말했다.
◇ 그 누구가 아닌 내가 될 수 있다…고독사라는 두려움
성규씨와 일우씨 같이 여러 지역 봉사 단체 등의 도움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1인 가구도 있지만 여전히 이곳 쪽방촌에서는 한 해 7~8명의 고독사가 발생한다.
고독사는 성규씨와 일우씨에게도 결국은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자신도 언제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이다.
"어느 날 보면 안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밖에서 불러도 답이 없으니 119가 와서 문을 따보면 십중팔구 뉴스에서 나오는 고독사예요. 마음이 안 좋죠. 가급적 생각을 안하려고 하고 서둘러 잊고 싶지만 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들죠."
지난여름 이웃의 고독사를 직접 목격했다는 성규씨의 말이다.
일우씨 역시 술에 의존하다 고독사로 이어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일우씨는 "알코올에 의존하다가 고독사로 돌아가신 분들 많이 봤어요. 처음에는 여기에서도 비상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고립과 생계라는 어려움에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죽음이라는 문턱 직전까지 갔었기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 기저에는 공통적으로 혼자서 쓸쓸하게 맞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했다.
◇ 복지 사각지대 중장년 1인 가구…맞춤형 지원 절실
중장년 1인 가구에 대한 위기 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깜빡였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이 발표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신사회적 위험 대응전략’ 보고서를 살펴보면, 현재 대두되고 있는 문제점이 대부분 예측,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년층과 노년층에서의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삶의 질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중년 다인 가구의 연소득이 3433만 원인 데 비해 중장년 1인 가구의 연 소득은 2167만 원에 불과했다. 자가 비율도 다인 가구는 64%인 반면 1인 가구는 29.9%였다.
소득과 주거뿐 아니라 만성질환율이나 우울증 의심률, 자살에 대한 생각 등에서도 중장년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중장년층은 복지에서 사각지대에 속한다는 점이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전통적으로 복지서비스 대상으로 보지 않지만 이제는 사회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누구나 안전과 고용이라는 시스템에서 탈락할 수 있다"며 "실패자로서 삶이 끝나는 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삶을 의미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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