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산 밀 전환기, 모두의 힘으로 도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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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는 것은 '그것'도 왔다는 것이다.
원맥의 외관 품위와 품질을 평가해 용도별·등급별로 수매하고 관리하는 품질관리제 도입은 국산 밀 생산과 소비 확대 선순환 체인 작동의 선결 요건일 것이다.
생산자의 순도 높은 밀 생산, 산업체의 건강한 가공식품 제작, 소비자의 국산 밀 인식 제고가 함께 한다면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가오는 2023년, 국산 밀이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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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는 것은 '그것'도 왔다는 것이다. 콧등 시린 매운바람보다 더 일찍 찾아오는, 동네 어귀에서 고소하고 달큰한 냄새를 풍기며 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던 '그것'. 바로 풀빵이다.
풀빵은 철판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 굽는 빵을 말하는데 만드는 방식이 밀가루 풀과 비슷하다고 이름 붙여졌다. 버스비가 15원이던 1960년대에 한 개 1원이었다고 하니 매우 저렴한 간식이었으리라. 주머니가 넉넉지 못했던 시절 서민의 배고픔을 달래준 요깃거리이기도 했다.
조선 시대만 해도 밀가루는 '진가루(眞末)'라고 불릴 만큼 귀해 궁과 양반집 잔치에서나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시 구호물자로 대량 유입되면서 저렴한 음식을 만드는 고마운 식재료가 되었는데, 역설적으로 이러한 무상원조와 값싼 밀 수입으로 국내 밀 생산기반은 무너졌다.
1970년대 분식(粉食) 장려 정책으로 더욱 늘어난 밀 수입량은 자급률 하락을 가속화해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밀 자급률은 1% 부근에 머물러 있다. 2021년 기준 국민 일 인당 밀 소비량이 36.9kg이라니 주식인 쌀이 56.9kg임을 감안할 때 매우 많은 양이 아닐 수 없다.
2019년 제정된 밀 산업육성법은 이러한 외부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국내 밀 자급률을 제고해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바야흐로 밀이 대한민국 법에 등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정부의 밀 전문 생산단지 육성 및 비축밀 수매 등으로 올해 밀 재배면적은 지난해(6244ha)보다 32.7%, 2020년(5224ha)보다 56% 증가한 8259ha로 확대됐다. 안정 생산과 자급기반 확충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과잉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충분한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산량이 늘어나면 재고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국산 밀의 수매처와 판로를 연결하는 유통망을 공고히 하고 수입 밀처럼 균일한 품질의 밀가루를 제공해 소비를 확대해야 한다.
말처럼 쉽게 풀릴 일은 아니겠지만 품질관리를 통해 국산 밀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원맥의 외관 품위와 품질을 평가해 용도별·등급별로 수매하고 관리하는 품질관리제 도입은 국산 밀 생산과 소비 확대 선순환 체인 작동의 선결 요건일 것이다.
정부는 수매 현장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밀 품질을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생산 현장 및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국산 밀 품질관리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30년 밀 자급률 10% 달성 목표는 비단 정부뿐 아니라 생산자·산업체·소비자 등 각계의 힘이 필요하다. 생산자의 순도 높은 밀 생산, 산업체의 건강한 가공식품 제작, 소비자의 국산 밀 인식 제고가 함께 한다면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가오는 2023년, 국산 밀이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이 전환기가 도약기가 되기를, 이 땅에서 재배한 모든 밀이 의미 있게 소진되기를 바라며 모두의 힘을 한데 모아보자.
서효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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