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리집도 무자본 갭투자?"…전세피해 문의 두달새 2500건 넘었다
'빌라왕' 유형 상담 최다…추가 설치 필요성 고개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들어와서 살다 확인해 보니까 '무자본 갭투자'더라고요. 우리 집뿐 아니라 빌라 6~7채 가진 걸로 알아요. 저희 집주인이 수사의뢰한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지 확인해보러 왔어요."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역 인근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에서 만난 30대 주민 김모씨의 말이다. 김씨는 며칠 전 자신의 강서구 전셋집이 '무자본 갭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택 1000여채를 소유한 일명 '빌라왕'이 급사한 이후 세입자 피해 소식이 알려지자 혹시 몰라 확인해본 결과였다.
김씨의 전셋집은 알아볼수록 '빌라왕' 사례와 판박이였다. 임대인이 같은 방식으로 구매한 빌라 7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세입자들이 불안에 떨자 김씨는 대표로 지원센터를 찾았다. 지원센터가 최근 경찰에 수사의뢰한 임대인 명단에 김씨 전셋집의 임대인도 포함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불안해서 월세 살고 말지, 앞으로 전세는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센터 예약률 87%…하루 30~40건씩 누적 2507건 이용
이날 지원센터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찾은 세입자들과의 상담으로 분주했다. 낮 12시 기준 센터 예약률은 87%를 넘어섰다.
지원센터는 전세 피해자에 대한 법률상담·긴급주거 및 금융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기존에 전세 사기 피해를 봐도 지원 수단이 기관별로 산재해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9월 설치됐다.
HUG에 따르면 지난 9월28일 센터가 개소된 이래 12월14일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법률상담 등 프로그램 누적 이용 건수는 2507건이다.
상담은 하루 30~40건 이뤄진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개소 초기에 비해 상담 건수가 줄어들었다가 최근에 다시 늘어났다"며 "빌라왕 사태 이후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늘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상담 숫자가 늘어난 건 맞다"고 말했다.
상담 내용 중 무자본 갭투기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원센터에서 안내하는 전세 사기 유형 목록에는 '무자본 갭투기'가 굵은 테두리로 강조돼 있었다.
무자본 갭투기 외에도 '우선변제권 침해'가 대표적으로 상담 신청이 많은 전세 사기 유형으로 꼽혔다. 센터 관계자는 "임대인에게 속아 보증금반환 전 퇴거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 또한 많다"며 "이 경우 안타깝지만 구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으니 계약 시 임차인의 주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했다.
◇전국 피해 상담 인력 10여명 그쳐…"지자체에 유사 기관 설치 논의 중"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서는 강서구는 보증 사고가 가장 많은 편이다. 서울에서 일어난 11월 보증 사고 277건 중 91건이 강서구에서 일어나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11월 미추홀구에서 있었던 전세 보증 사고는 73건으로 인천 내에서 2번째로 많은 편에 속했다.
지원센터에서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전세 피해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는 탓에 전화상담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쯤 센터 상담사들 대다수가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에는 방문 상담자 10여명이 오고 갔다.
센터 관계자는 "부산 대구 안동 마산 등에서 문의 오는 절반가량은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비교적 센터와 가까운 강서구와 미추홀구에 전세 사기가 많다 보니 나머지 절반은 직접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주인력은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HUG 직원 등 10여명에 불과하다. 지원센터 추가 설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미추홀구를 포함한 인천을 첫 대상으로 구체적인 전세피해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정 전세피해지원센터 센터장 또한 "지역 내에서도 고유의 사기 유형들이 있을 수 있다"며 "인천 등 지자체에서 우리 센터와 유사한 형태의 지원기관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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