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옥' 사과 왜 늦었나...출연자 보호와 피드백 사이 자가당착 [Oh!쎈 그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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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아동 성추행 논란에 폐지 의견이 일자 뒤늦은 사과를 내놨다.
이를 두고 시청자 일각에서는 '아동 성추행'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이를 여과 없이 방송한 '결혼지옥'에 대한 폐지까지 요구했다.
'결혼지옥' 측은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시청자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았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생생한 고민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결혼지옥'은 부부간 성적인 고민부터 불륜, 외도, 욕설, 폭언, 폭력, 우울감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계속해서 다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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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 아동 성추행 논란에 폐지 의견이 일자 뒤늦은 사과를 내놨다. 일반인 출연자 보호를 위한 신중함과 때늦은 피드백 사이 누적된 시청자 불만이 터지며 아쉬움을 낳고 있다.
21일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약칭 결혼지옥)' 측은 "방송 후 이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을 접하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결혼지옥'의 '고스톱 부부' 편에 대한 사과문을 이틀 만에 발표한 것이다.
'결혼지옥'의 '고스톱 부부' 편에서는 재혼 가정의 갈등이 소개됐다. 사연자로는 초혼인 남편과 재혼인 아내가 등장했는데, 전혼 가정에서 낳은 딸의 양육관에 대한 이견으로 부딪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문제는 이 가운데 남편이 딸의 거부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이 엉덩이를 찌르는 등의 스킨십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모습이 등장한 것. 이를 두고 시청자 일각에서는 '아동 성추행'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이를 여과 없이 방송한 '결혼지옥'에 대한 폐지까지 요구했다.
방송 다음 날인 20일에는 MBC 홈페이지가 뒤집혔다. '결혼지옥' 측은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시청자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았다. 이에 시청자 일각에서는 MBC 시청자 소통센터 공식 홈페이지의 'MBC에 바란다' 게시판을 통해 '결혼지옥' 폐지를 도배하며 항의했다. 같은 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결혼지옥'에 대한 심의 민원이 폭주했다. 제작진은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논란의 장면을 삭제 조치하고 편집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별도의 공지나 사과문은 없었다. 정확한 입장 표명 없이 논란의 흔적만 지우려는 듯한 태도에 시청자들은 다시 공분했다. 대개 전날 밤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다음날 오전이 지나면 휘발되던 관행을 깨고 '결혼지옥'은 20일은 물론 21일까지 떠들썩한 논란을 자아냈다. 그러던 중 21일 오후 4시께 뒤늦은 사과문이 발표된 것이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결혼지옥' 제작진의 공식입장 표명이 늦어진 데에는 복잡한 의사 결정 과정이 있었다. 사안의 당사자인 일반인 출연자들, 프로그램의 얼굴인 오은영 박사 등과 의견 조율을 거치는 과정부터 이를 명료하게 사과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실제 '결혼지옥' 측의 공식입장문이 짧지 않으며, 상당히 정제된 언어로 신중하게 작성된 점을 고려되긴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뒤늦은 피드백은 시청자의 불만을 부채질 했을 뿐, 논란의 시발점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의 반감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는 아동 성추행 사안에 대해 보다 높은 수준의 경각심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분별력 없는 듯한 방송 구성이 시청자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에서 기인했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이해가 처음부터 작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냈다.
그동안 '결혼지옥'이 자극적인 이야기와 소재로 논란이 됐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생생한 고민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결혼지옥'은 부부간 성적인 고민부터 불륜, 외도, 욕설, 폭언, 폭력, 우울감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계속해서 다뤄왔다. 오은영 박사의 진정성 넘치는 상담과 사실적인 이야기가 화면 너머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었겠으나, 이를 여과 없이 봐야 하는 시청자 다수의 피로도도 높아져만 갔다.
그 사이 문제 제기에 대한 '결혼지옥' 측의 피드백은 일절 없었다. 문제는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도 방송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을 보호한다는 핑계 아래 그와 별개로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방송으로서의 제일 첫 번째 순기능에는 등한시 했던 건 아닐까.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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