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시선] 전쟁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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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산케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일본인들의 응답은 찬성 43.5%, 반대 50.6%였다.
선제공격 논란이 있는 데다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무력만을 보유하고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오랫동안 일본인들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신중했다.
'적 기지 공격능력'은 이름만 '반격 능력'으로 바꿔 선제공격 논란을 피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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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논쟁 피하고 손쉽게 안보 정책 전환
올해 1월 산케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일본인들의 응답은 찬성 43.5%, 반대 50.6%였다. 선제공격 논란이 있는 데다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무력만을 보유하고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오랫동안 일본인들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신중했다.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였다.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이 이웃나라를 침공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중국이 정말로 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다,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강경파는 목청을 높였다. 독일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겠다고 하자 재정 건전성이 독일과는 천양지차인 일본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 기지 공격능력’은 이름만 ‘반격 능력’으로 바꿔 선제공격 논란을 피하려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올해 7월 세상을 떠났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달 16일 안보 3문서 개정을 통해 아베의 뜻을 실현했다. 급증할 방위비를 국채 대신 증세를 통해 충당한다는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아베의 주장과 일치한다. 17일 실시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선 반격 능력 보유에 찬성(56%)하는 여론이 반대(38%)를 압도했다.
우크라이나의 ‘나비효과’ 덕에 기시다 정권은 손쉽게 안보 3문서 개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과정은 졸속이었다. 국회에선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논쟁을 피하다가 기한인 연말이 되자 일방적으로 각의 에서 결정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2015년 안보법제 개정 때는 야당과 다수 국민이 논의에 참여하기라도 했다.
중국을 겨냥한 안보에 일본의 힘을 빌리려는 미국의 의도를 수용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단순 추종보다 독자적 외교·안보 전략을 초당적으로 깊이 논의하고 설계할 수는 없었나. 중국이 일본의 방위비 급증을 구실로 GDP의 2%가 안 되는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 재정 여력이 없는데도 ‘GDP 2%’라는 목표부터 세워놓고 증세를 선언하는 게 ‘잃어버린 30년’ 동안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의 미래에 바람직한 선택인지도 의문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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