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년째 세계보다 저성장, 내년 위기를 구조개혁 기회 삼아야

조선일보 2022. 12. 2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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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올해의 2.5%보다 크게 낮아진 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1.7%)·KDI(1.8%)와 OECD(1.8%)·IMF(2.0%) 등의 국내외 기관들이 모두 저성장을 예고했지만 정부 전망치가 가장 어둡다. 통상 정부가 다른 곳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달랐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인 전망치를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했다.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임을 모든 경제 주체가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사정은 온통 악재로 가득 차 있다.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연말까지 500억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 적자가 확실하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 확산 등 글로벌 여건은 어느 것 하나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국내적으로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과 고용 한파가 덮쳐오기 시작했다. 성장 동력이 꺼져 버릴 상황에 처했다.

새해 경제 침체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부진이 더 심각하다. OECD가 전망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2%로, 우리보다 높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 때인 2020년 한 해만 빼놓고 11년간 세계 평균을 밑도는 성장에 그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선진국 클럽’인 OECD 평균(2.8%)보다도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의 성장 능력 자체가 가파르게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서 지금은 2%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지 못한 가운데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38국 중 한국보다 잠재 성장률 하락 폭이 큰 나라는 터키·칠레뿐이다. 선진국 문턱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성장 능력을 회복하려면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에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노동시장, 획일적 인재만 배출하는 낡은 교육 시스템, 비효율적 관료제가 판치는 공공 부문을 수술하고 혁신을 발목 잡는 각종 규제들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만이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 OECD는 한국이 획기적 정책 변화 없이 지금대로 간다면 2030∼2060년에는 잠재 성장률이 OECD 꼴찌로 전락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전 정부는 눈앞에 닥쳐온 시급한 구조 개혁 과제는 하나도 손대지 않고 세금 풀어 진통제만 놓아주는 포퓰리즘 처방으로 5년을 허비했다. 나랏빚까지 불려놔 재정 대응 능력도 소진해버렸다. 새 정부는 노동·교육·연금의 3대 분야를 비롯한 개혁 과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면서 “2023년을 개혁 추진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복합 위기의 폭풍우에 맞서 구조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내년의 경제 침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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