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깜짝 워싱턴행… 美, 내년 58조원 추가지원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2. 12. 22.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30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301일째가 되는 21일(현지 시각) 미국을 전격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미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프라임타임(황금시간)’ 합동연설을 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보여주는 의회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몇 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600여㎞ 떨어진 폴란드 프셰미실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이곳에서 가까운 폴란드 제슈프 공항에서 미 공군의 C-37B 특별기를 타고 독일 람스타인 공군 기지를 거쳐 워싱턴까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 격려 후 미국으로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러시아군과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남부 도시 바흐무트를 찾아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 날인 21일 미국을 전격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성사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양국이 회담에 최종 합의한 지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11일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젤렌스키의 방미가 논의된 뒤 백악관이 14일 공식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16일 초청을 수락했고, 18일 최종적으로 방미 계획이 확정됐다. 백악관 연락을 받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젤렌스키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위해 지난주 휴회에 들어갔던 하원을 다시 소집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향후 전쟁 수행 방향과 전략을 깊이 있게 논의하고 미국과 동맹국의 무기·훈련 원조, 우크라이나 민간 분야에 대한 에너지·인도 지원, 대러시아 제재와 수출 통제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0억달러(약 2조575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지원도 포함됐다. 미국은 제3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패트리엇 미사일 운용법도 교육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대면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가 받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큰 지원에 대해 미 국민과 초당적 지지를 보내준 양당에 감사할 기회를 갖는 것이 앞으로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미국과 동맹의 지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계기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가 발표된 20일 미 의회는 총 1조7000억달러(약 2189조2600억원) 규모의 2023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안을 합의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추가 지원 예산 450억달러(약 57조9500억원)도 포함시켰다. 우리 정부의 2023년 국방예산(57조1268억원)보다도 많은 지원을 받게 되는 만큼 미국민의 지지 여론을 유지할 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개전 후 최근까지 우크라이나에 200억달러(약 25조7500억원) 상당의 안보 지원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내년 초 하원의장 선출이 예상되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중간선거 직전인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20일 격전 중인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미국 방문을 언급했고, 장병들이 자신들의 서명이 담긴 우크라이나 국기를 건네며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결정을 내린 이들(미국 의회)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국기를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에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한편, 러시아는 침공 300일째인 20일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140여 차례의 폭격을 가해 수도 키이우 등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개전 이후 러시아의 공격으로 700곳 이상의 우크라이나 의료 기관이 큰 피해를 당했다”며 “이는 전쟁범죄”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 미사일 요격용 장거리 방공 체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지원할 방침으로 보이나, 얼마나 많은 발사대를 보내게 될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