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66] 성호사서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2. 12.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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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서(城狐社鼠)란 성곽에 숨어 사는 여우와 사직단에 숨은 쥐라는 말이다. 중국 역사서 ‘진서(晉書)’ 사곤전(謝鯤傳)에 나온다.

진나라 때 왕돈(王敦 226~324년)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무제(武帝) 사위이기도 했던 그는 서진이 망하고 동진이 들어설 때 동진을 지지해 대장군에 올랐다. 이에 원제(元帝)가 그를 견제하기 위해 유외(劉隗) 등을 장군으로 삼자 왕돈은 그를 제거하고자 자신의 장사관(長史官) 사곤(謝鯤)을 불러 의견을 구했다.

“유외는 간신이고 역도여서 사직에 피해를 줄 것이다. 이번에 유외를 제거하고자 하는데 장사관은 어찌 생각하는가?”

실은 왕돈 또한 권간(權奸)에다가 훗날 역모를 일으켰으니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었다. 이에 사곤이 말했다.

“장군! 안 됩니다. 유외가 우환거리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는 성곽에 숨어 사는 여우요, 사직단에 몸을 감춘 쥐[城狐社鼠]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장군께서 여우를 잡으시려면 성벽을 허물어야 하고 쥐를 잡기 위해서는 불로 태우거나 물을 채워 넣으면 사직단이 허물어질 것입니다.”

정작 이 말을 한 사곤 또한 재주는 있었으나 바른 행실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사곤절치(謝鯤折齒), “사곤이 까불다가 이가 부러졌구나!”라는 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겠는가? 지방 고위 관리로 있으면서 이웃집 딸이 아름답다 하여 거문고를 연주하며 꾀려 했으나 여인이 던진 베틀용 북[梭]에 맞아 이 2개가 부러졌다.

원래 이 이야기는 임금 곁에 붙어 있는 간신은 제거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후 음험함을 숨기고 몸을 안전한 곳에 두고서 나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지칭하는 데 더 많이 사용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 대표뿐만 아니라 어떤 최고위원 그리고 논란 끝에 복당한 전 국정원장 출신 한 정치인이 이리저리 오버랩되기에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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