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나사 리더십이 주는 교훈

유지한 기자 2022. 12.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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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과학 담당 국장보(Associate Administrator) 토마스 쥐르뷔헨의 칼럼이 실렸다. 제목은 ‘내가 나사를 떠나는 이유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일’. 그가 올 연말 퇴임을 앞두고 네이처에 기고한 글이다. 쥐르뷔헨 국장보는 칼럼에서 “저는 6년 넘게 나사의 과학 임무 맨 앞좌석에 있었다”며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내 자리를 양보해야 할 때”라고 했다.

미국의 케네디 우주 센터에 있는 나사(미 항공우주국) 동체 조립 건물의 모습.

미국 미시간대 교수였던 그는 2016년 10월부터 나사에서 국장보로 일해왔다. 국장보는 나사의 부국장 바로 아래 직급이다. 6년 넘는 시간 동안 과학 담당 수장으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화성 탐사 로봇(로버) ‘인사이트’와 ‘퍼시비어런스’의 착륙 같은 굵직한 임무를 이끌었다. “가장 사랑했던 일”이라고 할 만큼 일을 즐겼던 그였다. 1968년생으로 정년을 앞둔 나이도 아니다. 하지만 쥐르뷔헨 국장보는 지난 9월 사의를 밝히고 연말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자신에게 언제가 물러나야 할 때인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획기적인 혁신을 가능케 하고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 이 두 가지에 더는 “예”라고 답할 수 없으면 물러날 때라고 말했다. 쥐르뷔헨 국장보는 “모든 리더에게는 약점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리더의 약점은 조직에 부담이 되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등장해야 할 때가 온다”고 했다. 조직과 세대교체를 위해서 물러선 것이다.

반면 한국 우주개발을 담당하는 연구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은 리더들의 갈등에 시끄럽다. 항우연은 발사체 조직의 팀 체제를 없애고 유연한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하자, 주요 보직자들이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사퇴서를 제출하며 반발했다. 발사체 전담 부서 출신인 전임 원장도 현 원장의 조직개편과 새로운 인사를 비판하며 싸움에 가세했다.

이런 갈등을 두고 항우연 내부의 젊은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전·현직 원장의 파벌 싸움이 부끄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진짜 조직을 위한 건설적인 논쟁이 아니라 세 다툼으로 보는 것이다.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미국과 한국의 경쟁력 차이는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미국은 비단 우주뿐 아니라 과학 분야 곳곳에서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쥐르뷔헨 국장보는 “잘 물러나는 것도 중요한 리더십 기술”이라고 했다. 늘 앞자리에 앉았던 그는 “뒷좌석에 앉아 나사의 과학이 인류를 위해 계속해서 성과를 내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칼럼을 끝맺었다. 앞자리만 욕심내는 리더들이 있는 한 한국 우주 개발 발전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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