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깜짝 방미… 백악관 “바이든과 정상회담”
우크라 전쟁 ‘확전-휴전’ 갈림길
젤렌스키, 최전선 찾아 훈장 수여… 푸틴, 부상 언론인에 훈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00일째인 2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이 최전선 도네츠크 바흐무트를 찾아 참전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기 전 경례를 받고 있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사진 왼쪽)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친정부 언론인 세묜 페고프에게 훈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 조작 동영상 유포로 유명한 페고프는 10월 도네츠크에서 대인 지뢰에 다리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무트·모스크바=AP 뉴시스 |
미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도착 전 트위터에 “방어력과 회복력 강화를 위한 양국 협력을 논의하고 미 의회에서 연설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해 20억 달러(약 2조5701억 원)어치 무기 등 안보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NASAMS·나삼스) 등 방공 미사일을 계속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휴전) 협상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美, 우크라에 패트리엇 미사일 첫 지원… 푸틴 “ICBM 실전 배치”
젤렌스키, 깜짝 방미
미사일-항공기-드론 등 공격 막아… 러 궁지로 몰 ‘게임체인저’ 평가
바이든과 전쟁 출구전략 논의 관측… 러 “무기 공급이 사태 악화시킬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21일 미국 방문은 러시아군이 최근 드론(무인기) 및 미사일 집중 공격으로 전력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국민이 강추위 속 전력난을 겪는 고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쟁이 시작된 지 꼭 300일 만이다. 친(親)러 국가 벨라루스 참전설 등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규모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해 전쟁의 새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美, ‘게임 체인저’ 패트리엇 첫 지원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계기에 밝힌 20억 달러(약 2조5701억 원)의 안보 지원 패키지에 첨단 방공 요격 시스템 패트리엇 미사일이 포함된 것이 주목된다. 유효 사거리가 70∼80km로 미사일, 항공기, 드론 등을 탐지해 먼 거리, 높은 고도에서 격추하도록 설계됐다. 우크라이나가 겨울을 버티지 못하도록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는 러시아의 전략을 막을 핵심 무기다. 이 때문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러시아를 더 열세로 몰아넣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미 하원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방침이다. 지난달 미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이 “백지수표는 없다”며 지원 규모와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이번 연설이 성사됐다. 백악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계기에 의회가 400억 달러(약 51조5200억 원) 이상의 내년도 우크라이나 추가 자금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최고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는 CNN에 “젤렌스키 방미는 지금이 전쟁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순간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격전지인 동부 전선 바흐무트를 방문한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그의 방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공습을 견디던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의 방미를 떠올리게 한다고 CNN은 분석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방미 시점도 비슷하다. 처칠은 1941년 12월 22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 ‘크리스마스 방문’으로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이 강화돼 2차대전의 승리로 이어졌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쟁을 끝낼 출구 전략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혹한 속에 전력난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평화회담을 압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 푸틴 “ICBM-극초음속 미사일 실천 배치”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무기 공급이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평화협상에 부정적인 우크라이나의 태도가 변할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협상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4일에도 “(패트리엇 미사일이) 제공되면 무조건 러시아군의 목표물”이라고 위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21일 국방부 회의를 주재하고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조만간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 역시 이르면 내년 1월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또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두 사람 모두 평화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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