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속절없이 하락… 테슬라의 위기, 트위터 뿐만은 아니다
20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8.1% 하락한 137.8달러로 내려앉아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로는 66% 하락한 것으로 최근 테슬라 주가가 속절 없이 하락하자 테슬라 강세론을 펼쳤던 투자기관과 테슬라 주주들조차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 월가의 최대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ISI는 테슬라 목표 주가를 기존 300달러에서 200달러로 대폭 낮추면서 “주가수익비율(PER·순이익 대비 주가 비율) 20~25배인 150~163달러는 테슬라가 지켜내야 할 핵심 지지선이었다”며 “투자자들은 이제 테슬라의 진짜 가치를 찾으려 할 것이며 100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4월 일론 머스크 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 인수를 제안한 뒤 머스크가 ‘딴짓’을 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가 머스크 리스크 외에도 근본적인 경쟁력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온다.
◇트위터 때문만은 아니다
테슬라 위기설은 테슬라의 판매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 시장에서 수요 감소로 재고가 쌓이면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5일(현지 시각) 테슬라 상하이 공장이 수요 부진으로 감산(減産)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감산 규모는 20% 수준이다. 이어 지난 9일 로이터는 테슬라가 25일부터 내년 1월 1일 사이에 상하이 공장에서 모델Y의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도 보도했다. 내년부터는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까지 지급이 중단돼 중국 전기차 시장 전반이 정체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신규 주문도 줄고 있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는 19일(현지 시각) 테슬라 글로벌 추정 주문 잔고가 지난 7월 말 약 50만대에서 8월 말 40만대로, 지난달 말엔 19만대까지 급감했다고 밝혔다. 19만대는 테슬라가 44일이면 생산 가능한 대수다. 여기에 테슬라가 멕시코에 전기차 공장 추가 건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생산 설비 과잉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마케팅 전략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테슬라는 2016년 모델3, 2020년 모델Y를 선보인 이후 내외관 디자인을 전혀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상품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테슬라 디자인에 점점 질리고 있고, 테슬라가 자랑해온 자율주행 기능도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GM과 포드 같은 경쟁사들이 내년부터 첨단 전기차를 본격 생산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임원들, “전기차 보급, 지연될 것”
자동차 업계에선 전 세계 전기차 보급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 CEO·임원 915명을 인터뷰한 후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체 시장의 10~40%에 그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선 전기차 판매 전망치가 20~70%에 달했다. 1년 만에 회의론이 강해진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배터리 원료·반도체 공급 부족이 주요 이유라고 KPMG는 진단했다. 실제 915명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리튬·희토류·반도체·알루미늄 같은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 이에 따른 공급난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KPMG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바이오 연료 차량 등 다양한 대체재의 등장으로 인도·일본·브라질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무역 제재 변수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업체를 꼽아달라는 설문에서도 임원들은 관점의 변화를 보였다. 테슬라(223표)가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조사(418표) 대비 득표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전기차를 아직 출시하지도 않은 애플은 지난해 9위에서 올해 4위(133표)로 순위가 뛰었다. 이 외에 아우디(206표), BMW(196표), 포드(128표), 혼다(106표), BYD(101 표), 현대차그룹(78표)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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