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문학 통해 한국 역사 알리고 싶어”

이호재 기자 2022. 12. 2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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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시선이 담긴 디아스포라문학(이산문학)으로 한국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15세기 초 조선의 18세 소녀 환이는 남장을 하고 제주로 향한다.

"최근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덕에 북미에서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에 관심이 커졌어요.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는 토론토에 있는 도서관에선 예약이 밀려 대출이 힘들 정도입니다. 한국 문화의 인기가 제 소설에 대한 주목으로도 이어진 거 같아요."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역사소설의 틀을 갖췄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강해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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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 국내 출간 허주은 작가
조선 공녀제 다뤄… 美 에드거상 후보
두살 때 加 이민… 이주자 삶 그려
“케이팝 덕에 한국 작품 주목받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0일 허주은 작가가 소설 ‘사라진 소녀들의 숲’ 한국판과 북미판을 함께 들어 보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방인의 시선이 담긴 디아스포라문학(이산문학)으로 한국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15세기 초 조선의 18세 소녀 환이는 남장을 하고 제주로 향한다. 제주의 한 마을에서 소녀 13명이 실종된 사건을 조사하다 사라진 아버지 민제우 종사관을 찾기 위해서다.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하던 환이는 수상한 점을 여럿 발견한다. 사라진 소녀들은 모두 가난한 집 출신에다 아름다웠다. 게다가 사람들은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만 꺼내면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체 소녀들은, 그리고 아버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국내에 14일 출간된 ‘사라진 소녀들의 숲’(창비)은 고려·조선 시대에 중국 원·명나라의 요구로 여성을 바치던 공녀(貢女) 제도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슬픈 역사를 영어 소설로 쓴 허주은 작가(33)는 한국 국적이지만 두 살 때 이민 가 캐나다에 살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0일 만난 그는 서툰 한국어와 유창한 영어를 섞어 쓰며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1989년 인천에서 태어나 1991년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떠났어요. 토론토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는데 그때까진 영미 소설만 읽었어요.”

허 작가가 한국 문학에 빠져든 건 2015년 우연히 여성 소설가 한무숙(1918∼1993)의 작품들을 영어로 읽은 게 계기가 됐다. 캐나다 도서관에 중국과 일본 문학책은 많은데 왜 한국 문학책은 찾기 힘들까, 고민하던 끝에 자신의 ‘뿌리’를 소설로 다뤄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온라인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찾아 읽으며 역사 공부를 했다.

그가 2020년 처음 펴낸 작품이 조선시대 살인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뼈의 침묵’(국내 미 출간)이었다. 이 작품은 2021년 미국 3대 미스터리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에드거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4월 북미에서 출간된 ‘사라진 소녀들의 숲’도 올해 에드거상 최종 후보로 선정돼 주목받았고, 올해 전미도서관협회와 미청소년도서관조합의 추천 도서로 뽑혔다.

“최근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덕에 북미에서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에 관심이 커졌어요.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는 토론토에 있는 도서관에선 예약이 밀려 대출이 힘들 정도입니다. 한국 문화의 인기가 제 소설에 대한 주목으로도 이어진 거 같아요.”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역사소설의 틀을 갖췄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강해 술술 읽힌다.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공녀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묘사해 이주자의 삶과 정체성을 그린 디아스포라문학의 매력도 돋보인다. 허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연산군(재위 1494∼1506년)에 대한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어머니가 ‘네가 한국말을 할 때면 너만의 악센트가 느껴진다. 네 작품도 그렇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이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쓸 자격이 있는지를 자문하며 괴로워했던 저에게 구원과도 같은 말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한국 역사를 공부해 더 좋은 작품들을 선보일게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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