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대차에 바라는 ‘세기의 골’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축구공을 통통 차며 전진한다. 현대자동차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세기의 골(Goal of the Century)” 캠페인을 펼치며, 선보인 광고이다. 그물을 흔드는 짜릿한 골과 지구를 위한 인류의 목표를 연결한 기발한 작명이다. 현대차는 전설적인 축구선수 스티븐 제라드와 방탄소년단이 나오는 홍보 영상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과 모두의 연대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 골을 어떻게 넣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자동차업계는 현재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경유, 휘발유, 하이브리드 등 내연차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을 확정하였고,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도 뒤따랐다.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본 미국은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도입했다. 자국 생산 전기차에만 구매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전기차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전환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세기의 골을 넣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린피스의 ‘2022년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 보고서’와 ‘1.5도 한계치 초과 내연차판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탈내연기관 및 공급망과 전력 탈탄소화 계획을 제대로 수립한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도요타는 사실상 내연차인 하이브리드차에, 현대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SUV 차량에 집착해 기후대응에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이후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아래로 억제해 기후재앙을 막는다는 ‘세기의 골’을 이루기 위한 내연차 판매 한계치는 3억1500만대이다. 그런데 지금 계획대로라면 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억대가 쏟아져 나온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작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 비율은 3.49%에 불과했다. 아이오닉6 등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내연차에 더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2040년 한국, 미국, 중국 등 일부 시장에서 내연차 판매를 중단하고, 2045년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평균 주행수명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너무 늦고, 신흥시장에 대한 계획은 아예 빠져 있다.
월드컵 개막 직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와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그가 이끄는 현대차를 돌아보게 한다. 현대차가 만든 내연차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지구를 달궈 이상기후를 초래하면서 사회경제적 위기까지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리더십이 절실한 지금,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기의 경기는 후반전 막바지를 향해 간다.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서면서 기후 심판이 경기종료 휘슬을 부는 순간, 우리는 다시 뛸 기회를 잃고 만다. 월드컵은 4년마다 돌아오고 다시 감동의 순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 억제라는 ‘세기의 골’이 꼭 필요한 우리에게는 기적을 만들 추가 시간도 다른 경기도 없다.
최은서 그린피스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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